728x90
반응형
SMALL

그리움과 존재의 미로 속에서 만나는 감정의 깊이

그리움과 존재의 미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문학 세 편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정호승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 김승옥 「무진기행」

삶은 끊임없이 감정의 미로를 걷는 여정입니다. 오늘은 그 미로 속에서 만나는 ‘그리움’, ‘질투’, ‘존재의 흔들림’을 주제로 세 작품을 소개합니다.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 나태주의 수필 「풀꽃처럼 살다」, 그리고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세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며, 독자에게 묵직한 감정의 울림을 안겨줍니다.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1. 시: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질투는 나의 힘"은 기형도의 대표적인 시이자, 1980년대 청년의 불안한 감정을 응축해낸 걸작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사랑의 질투를 넘어, 세상에 대한 박탈감과 존재의 결핍에서 오는 감정을 고백하듯 토해냅니다.

“나는 질투를 느낄 때가 가장 인간적이었다”는 구절은, 기형도 특유의 절제된 언어와 슬픔이 결합된 시적 정수를 보여줍니다. 세상을 향한 부러움과 소외, 그 안에서 자신을 겨우 붙잡고 있는 ‘질투’라는 감정. 그것이야말로 그가 세상과 이어질 수 있었던 마지막 감정의 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시는 우리로 하여금 질문하게 만듭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부러워하며 살고 있는가?’,
‘그 질투는 내 삶을 무너뜨리는가, 지탱하게 하는가?’

기형도의 질투는 누군가를 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기 정체성의 고백이자 생존의 서사입니다.

반응형

2. 수필: 정호승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문득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과 부딪히고, 관계의 피로 속에서 나는 누구이며, 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조용히 묻게 되는 순간.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어떤 대단한 말이 아닌, 단 하나의 따뜻한 한 마디일지도 모릅니다.

정호승 시인의 수필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해 쓰인 글입니다. 평범한 하루의 언저리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구원하고,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지를 그 고요한 언어로 담아냅니다. 시인이 말하듯, "한 사람의 진심 어린 말은 어떤 위대한 문장보다 크다"고.

시인은 어느 날,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듣고 오래도록 그 문장을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 상처 입고도 웃는 사람들, 늘 주고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임을, 시인은 다정하게 꺼내어 보여줍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이 수필을 감싸고 흐릅니다. 존재에 대한 그리움, 순수했던 마음에 대한 그리움, 잊고 살았던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 이것은 단순한 감정의 복원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재발견입니다. 우리가 진짜 보고 싶었던 건 사실 ‘누군가’가 아니라, 그 사람 앞에서 진심이었던 ‘내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감상: 말의 온기로 피어나는 존재의 의미
이 수필은 단지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시적인 표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살아 있는 선언이며, 우리가 매일 잊고 사는 진실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등불 같은 문장입니다.

정호승의 글을 읽다 보면,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둘 생깁니다. 그토록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타이밍을 놓친 사람. 바쁘다는 이유로 안부조차 묻지 못한 이들. 그리고 내 안의, 소중한 감정을 흘려보낸 지난날의 나 자신.

이 수필은 우리로 하여금 그 모든 존재들을 다시 불러내게 만듭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당신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고백이자, 내 안의 나에게 해줘야 할 가장 따뜻한 말이기도 합니다.

728x90
 

[훌륭한 문학인의 삶을 찾아서 ⑬]자연과 사람을 품은 시인 – 김종삼, 침묵의 시학으로 남은 순

김종삼 시인의 시학 – 침묵으로 말한 순수의 언어고요한 서정의 거장 김종삼, 그의 삶과 대표 시 해설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더보기1. 글을 시작하며 – 시인이 침묵을 택한 이유 2. 김종

iallnet12.tistory.com

3. 소설: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 작품입니다.
현대인의 정체성 혼란과 내면의 공허함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무진’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습니다.

주인공 윤희중은 성공한 인텔리로 서울에서 생활하지만, 어느 날 고향 무진으로 내려오며 내면의 갈등과 공허함을 마주합니다.
무진은 현실이 아닌 꿈처럼 안개 낀 공간으로 묘사되며,
그 안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애써 외면해온 존재의 진실과 직면합니다.

이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나는 이제 무진을 떠날 것이다.”라는 말 뒤에 감춰진 무력감입니다.
떠나면서도 떠날 수 없고, 머물면서도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 그 어른거리는 심리.
그것이야말로 ‘존재의 미로’를 떠도는 현대인의 자화상일 것입니다.

감상과 사유: 감정은 왜 아픈가, 그러나 왜 아름다운가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한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들을 다룹니다.
기형도는 질투를 통해 생존을 증명하고,
나태주는 풀꽃처럼 살면서 존재의 겸허를 일러주며,
김승옥은 안개 낀 무진 속에서 자아의 흔들림을 고백합니다.

‘감정의 깊이’는 때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깊이만큼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집니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은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작은 ‘풀꽃’ 같은 것이며,
세상에서 소외된 감정 하나에도 존재의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마음을 울리는 시·소설 추천 ⑥
주제: “시간과 추억 – 그리움의 기록들”
시: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소설: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SMALL

출처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정호승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김승옥, 「무진기행」, 『무진기행』, 민음사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다른 글 소개

 

[노래가사와 얽힌 고장 ①] '청춘을 돌려다오’와 함께 걷는 동해 바다

이 주제로 글을 쓰려니 "픽"하고 웃음부터 납니다. 갑자기 이 주제로 글을 쓸 생각이 났거든요. 최대한 낭만을 살려서 써 볼까 합니다. 부족하지만 많이 읽어 주세요. "청춘을 돌려다오"1. 여행의

iallnet.com

 

[노래가사에 얽힌 고장②] 내 생에 아름다운 –김범수와 함께 걷는 통영 언덕길

통영은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이고, 전에 업무관계로 자주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너무 아름답고 감성이 있는 도시이지요. 그 추억과 노래를 여기에 담아봅니다. "통영 언덕길을 노래하다 –

iallnet.com

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728x90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