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프롬의 사상을 통해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것이 우리 일상과 인간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프롬은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결단이고 판단이며 약속이다”라는 구절에서, 사랑을 단순한 정서적 반응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사랑을 마치 음악이나 회화처럼 배워야 하고 연습해야 하는 기술로 보았다.
사랑이 기술이라는 말은 그것이 일시적 열정이나 운명적 만남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지속적이고 의식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대개 "사랑할 만한 대상"을 찾는 데 몰두하지만, 프롬은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할 줄 아는 능력, 즉 자기 내면에서 비롯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적이고 능동적인 행위가 된다.
결단으로서의 사랑 – 선택과 책임
사랑이 결단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사랑이 감정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뜻이다. 사랑은 “그 사람이니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향해 사랑하기로 결단하고 그 감정을 유지하려는 의지다.
현대의 연애는 “좋으면 만나고, 식으면 떠난다”는 분위기 속에 머무르기 쉽다. 그러나 사랑을 결단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좋아하는 감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곧바로 이 관계를 버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 뒤에 있는 책임감과 헌신의 무게를 인식하게 된다.
판단으로서의 사랑 – 성숙한 통찰과 이해
프롬은 사랑을 '판단'이라고도 표현한다. 이는 도덕적 비판이나 계산적인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깊은 이해와 성숙한 인식의 행위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려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한 외면이나 이상적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판단이라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결점까지도 품을 수 있는 통찰을 의미하며, 그 사람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끼는 공감의 시작점이다.
이러한 성숙한 판단은 타인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함께 성장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약속으로서의 사랑 – 지속 가능성을 위한 헌신
사랑이 약속이라는 개념은, 사랑이 단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지켜가는 관계의 윤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약속은 단지 연애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 친구, 스승과 제자, 공동체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랑의 약속은 존재한다.
프롬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 그리고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정원을 가꾸는 일과도 같다. 한 번 심은 씨앗이 저절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물 주기와 잡초 제거, 햇빛 조절 등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사랑도 그러한 실천 없이는 시들 수밖에 없다.
현대 사회의 사랑은 왜 취약한가?
프롬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랑이 점점 상품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은 사랑조차 ‘거래’처럼 생각하며,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얻어야만 유지되는 것으로 여긴다. “나는 이만큼 줄 테니, 너도 그만큼 줘야 한다”는 식의 계산이 깊어지면 사랑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감정으로 전락한다.
SNS, 연애 앱, 빠른 만남과 빠른 이별, 외모와 스펙 중심의 관계에서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기술을 상실해가고 있다. 사랑은 더 이상 수련이 아니라, 한순간의 자극에 의존하는 놀이가 되어버렸다.
사랑의 기술을 익힌다는 것 – 인문학적 자기 성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의 기술을 익힐 수 있을까? 프롬은 그 시작점을 자기 성찰과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에서 찾는다. 사랑을 잘하려면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를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프롬은 말한다.
“자기 자신을 진실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
이 말은 이기심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건강한 존중과 돌봄이 없다면, 우리는 타인에게 왜곡된 방식으로 기대하고, 상처받고, 실망하게 된다는 뜻이다.
자기를 성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결단하고 약속을 지켜가려는 훈련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이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연습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삶의 기술이다.
마무리하며 – 사랑은 선택이자 길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단순한 연애 지침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성과 삶의 방식,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묻는 인문학적 안내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고 판단이며 약속이다. 그리고 이는 연습하고 훈련해야 하는 삶의 기술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을 원한다면, 이제는 사랑을 배워야 할 때다. 사랑을 연습하고, 책임지며, 그 무게를 기꺼이 지려는 사람만이 깊고도 오래가는 관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길이며, 매일 다시 선택해야 하는 삶의 방식이다.
글의 출처 및 참고 도서
● 도서명: The Art of Loving (사랑의 기술)
● 저자: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 출판연도: 원서 1956년, 국내 다수 번역판 존재
● 국내 출판사 예시: 문예출판사 / 홍익출판사 등
참고한 주요 개념:
●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 사랑은 결단, 판단, 약속이다
● 자기를 사랑하는 능력과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의 관계
● 현대 사회에서의 사랑의 상업화와 도구적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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