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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한 것들을 기억하지만, 정작 어떤 기억은 의도적으로 반복되고, 또 어떤 기억은 침묵 속에 묻히기도 합니다. 최근 한 기념비 앞에서 잠시 멈춰선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새겨진 이름과 문장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기억은 누가 선택한 것일까?” 이 글은 그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기억하게 만드는가
누가 무엇을 기억하게 만드는가

“누가 우리의 기억을 통제하는가 – 권력과 역사, 기억의 숨은 정치”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
1. 서론: 기억은 중립이 아니다
2. 기억과 권력의 접점 – 왜 누군가는 잊히고 누군가는 기념되는가
3. ‘공식 기억’이라는 이름의 서사
4. 침묵당한 기억들 – 사라진 목소리의 정치학
5. 기념비와 교과서 – 기억의 물리적 구현
6. 기억의 정치에 맞서는 저항의 언어
7. 결론: 기억은 권력과 싸우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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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기억은 중립이 아니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기억하라", "잊지 말자"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누가 기억하라고 말하고, 무엇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지, 그 정치적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 기억은 언제나 선택과 배제를 통해 작동하며, 그것은 곧 권력의 문제다. 이 글에서는 기억이 어떻게 정치화되는지를, 역사와 현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기억과 권력의 접점 – 왜 누군가는 잊히고 누군가는 기념되는가


모든 집단과 국가는 자신만의 역사서사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기억은 권력과 결탁한다. 예를 들어 한 나라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강조한다면, 이는 국가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다. 반면, 독재정권이나 민중항쟁의 희생자들은 때때로 의도적으로 '잊혀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이 거리와 공원에 남고, 누군가는 그 존재조차 지워진다. 이것은 단순한 역사적 우연이 아니라, 기억을 설계하고 결정하는 권력의 작동 결과다.

3. ‘공식 기억’이라는 이름의 서사


‘공식 기억’(official memory)은 국가나 제도, 교육체계, 언론 등을 통해 구성되는 공인된 기억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이해관계와 세계관이 반영된 내러티브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국가들이 전쟁을 기념하는 방식은 패배보다는 영광과 승리를 강조한다. 전사한 이들의 이름은 새겨지지만, 민간인 희생자나 반전운동가의 기억은 쉽게 지워진다. 그 기억은 부적절하거나 불편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공식 기억은 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주입되며, 새로운 세대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 기억은 권력의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지 ③]경북 봉화 – 청암정과 만산고택, 유학과 독립운동이 숨 쉬는 마

경북 봉화는 저에게 특별한 곳입니다. 매월 한 번씩 봉화군청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있어 추억이 많이 깃든 여행지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자료를 발췌하여 알려드립니다. "봉화 청암정과 만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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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침묵당한 기억들 – 사라진 목소리의 정치학


공식 기억의 이면에는 수많은 침묵당한 기억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국가나 사회의 주류 기억 서사에서 배제되었거나, 의도적으로 억눌려온 기억들이다.

예를 들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침묵 속에 존재해 왔다. 사회적 금기, 정치적 외면, 국제적 무관심이 이 기억들을 지워왔다. 비슷하게 한국 현대사 속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도 오랫동안 ‘폭도’라는 낙인을 쓰며 왜곡된 기억 속에 머물렀다.

침묵당한 기억은 단순한 망각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체계적인 억압과 서사의 통제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다. 이 기억들은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 속에서 다시 등장하고, 때때로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힘을 가지게 된다.

5. 기념비와 교과서 – 기억의 물리적 구현


기억은 단지 마음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의 거리 이름, 동상, 기념비, 박물관, 교과서와 같은 물리적 형태로 구현된다. 이런 구체적 형상들은 권력이 기억을 어떻게 재현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준다.

기념비는 무엇을 기념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통해 과거의 책임을 현재화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반면 어떤 국가들은 자신들의 전쟁 범죄에 대한 기념 공간을 철저히 회피한다.

역사 교과서는 또 다른 전쟁터다. 특정 사건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지,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는 미래 세대의 정체성에 깊은 영향을 준다. ‘침략’과 ‘진출’, ‘시민운동’과 ‘폭동’은 기억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6. 기억의 정치에 맞서는 저항의 언어


공식 기억과 억압된 기억의 균열 사이에는 항상 저항이 존재한다. 그 저항은 예술, 문학, 다큐멘터리, 연극, 시민 운동, 거리 시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의 ‘기억투쟁’ 중 대표적인 예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민사회 반응이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는 기억의 정치에 대한 강한 저항의 메시지였다.

기억의 정치에 저항하는 이들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통해 현재의 정의를 묻고, 미래의 방향을 새로 쓰고자 한다. 기억은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살아있는 힘이 될 수 있다.

7. 결론: 기억은 권력과 싸우는 방식이다


기억의 정치는 단순히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정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누가 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누가 주체로 인정받는가’, ‘어떤 이야기가 사회적 진실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정의를 세우고, 잊힘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의 정치적 성격을 분명히 인식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침묵당한 기억을 꺼내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20편]
“기술과 존재 – 하이데거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다음 글에서는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을 바탕으로,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철학적으로 탐색합니다. 기술이 인간의 존재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출처
폴 코넬리오, 『기억의 정치학』
알레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들』
피에르 노라, 『기억장소(Lieux de mémoire)』
알렉시세임, “Official Memory and the Politics of Commemoration”, Memory Studies
한국기억문화연구소 아카이브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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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Humanities and Philosophy, Vol. 19]
The Politics of Memory – Who Decides What We Remember?

 

Recently, I stood silently before a monument, reading the engraved names and inscriptions. A question quietly rose in my mind: "Who chose to remember these people? And who was left out?" This article began from that simple, unsettling thought.

Memory is not neutral. It is not a pure reflection of the past, but a battlefield shaped by power and politics. What we remember — and perhaps more importantly, what we are made to forget — is deeply influenced by those who hold cultural, political, or institutional authority.

 

Memory Meets Power

In every society, memory is curated. Heroes are selected, histories are narrated, and specific pasts are honored while others are obscured. This process isn't accidental — it is often deliberate, strategic, and political.

Those whose names are inscribed on city squares, taught in schoolbooks, or praised in national holidays are not always the most just or deserving. They are, more often, the ones aligned with the dominant powers of their time.

The Narrative of Official Memory

"Official memory" refers to the authorized, institutionalized recollections of the past. Governments, education systems, museums, and media create dominant historical narratives. These memories become the foundation of national identity — glorifying victory, masking atrocities, or simplifying complexity.

The challenge is that these memories often suppress discomfort. Civilian casualties, dissenting voices, or systemic injustices are buried or sanitized. Over time, younger generations grow up believing in a filtered history, mistaking it for truth.

The Silenced Voices

Beneath the surface of official narratives lie stories untold — memories that were intentionally excluded or violently suppressed.

Take, for example, the long-silenced accounts of "comfort women" during World War II. Or the years of distortion surrounding the Gwangju Uprising in South Korea, where victims were labeled as rioters and truth was denied for decades.

Silenced memory is not accidental forgetfulness; it's political erasure. But when these memories resurface — through testimony, art, activism — they shake the foundations of complacency and demand justice.

Monuments and Textbooks: The Architecture of Memory

Memory doesn’t only live in our minds. It lives in physical spaces — street names, statues, schoolbooks, and public ceremonies.

A statue erected in a town square might commemorate a war hero, but whose perspective does that hero represent? A textbook might label a rebellion as a "riot," but what if it was a cry for democracy?

Memory is built, brick by brick, into the visible world around us. And those structures are often hard to question precisely because they seem permanent and legitimate.

Resisting the Politics of Forgetting

But memory can resist. Through protest art, literature, community vigils, or viral hashtags — people have always found ways to speak what was silenced.

In Korea, the aftermath of the Sewol ferry tragedy sparked a nationwide call to "Never Forget." Yellow ribbons, memorial walls, and collective mourning became forms of resistance — not just to grief, but to official neglect.

When people claim memory as their own, they challenge the state’s monopoly over history. They transform remembering into an act of justice.

Memory as a Weapon for Justice

The politics of memory is not just about the past. It’s about power in the present and justice for the future.

Who gets remembered determines who counts. Who is forgotten determines who continues to suffer in silence.

If we wish to build a more just and honest society, we must start by listening — especially to the stories that were never allowed to be told. Memory, when reclaimed, becomes a form of defiance. It is how the powerless speak back.

Next Issue Preview

[Deep Humanities and Philosophy, Vol. 20]
“Technology and Being – Heidegger and Human Dignity in the Age of AI”
In the next article, we will explore Martin Heidegger’s philosophy of technology and examine how artificial intelligence is reshaping the way we understand human nature and dignity in the digital age.

Sources

  • Paul Connerton, How Societies Remember
  • Aleida Assmann, Cultural Memory and Western Civilization
  • Pierre Nora, Realms of Memory
  • Alexis Seymour, "Memory, Power, and the Monument" – Memory Studies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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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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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윤리, 폴 리쾨르가 말하는 해석학과 인간 존재의 회복”

폴 리쾨르 생전의 모습을 가상으로 재현(AI)
폴 리쾨르 생전의 모습을 가상으로 재현(AI)

“망각을 넘어 기억을 해석하다 – 폴 리쾨르 철학의 깊이”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
1. 폴 리쾨르란 누구인가?
2. 기억은 단순 저장이 아니다
3. 해석학적 자아와 기억의 서사
4. 망각, 상처, 그리고 윤리
5. 용서와 화해의 철학
6. 기억을 통한 공동체의 치유
7. 마무리: 말과 기억 사이의 윤리

1. 폴 리쾨르란 누구인가?


폴 리쾨르(Paul Ricœur, 1913–2005)는 프랑스 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해석학과 현상학, 실존주의, 구조주의를 종합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전개했습니다. 그는 철학의 언어적 전환기에 있었던 대표적인 학자였으며, 기억과 망각, 시간과 서사, 자아와 공동체라는 주제를 통합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리쾨르의 철학은 독특하게도 언어와 윤리를 가로지릅니다. 특히 그의 후기 철학에서 핵심은 “기억의 윤리”입니다. 그는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은 곧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보았습니다.

2. 기억은 단순 저장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카메라처럼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으로 오해되곤 합니다. 그러나 리쾨르는 기억을 능동적인 ‘해석’의 과정으로 봅니다. 그는 기억이 과거의 사실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기억, 역사, 망각》(La mémoire, l’histoire, l’oubli)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억은 어떤 사건의 객관적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과 시간, 윤리의 지평에서 다시 살아나는 서사다.”

리쾨르의 기억론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 기억은 항상 현재적이다.
모든 기억은 해석을 수반한다.
기억은 주체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3. 해석학적 자아와 기억의 서사


리쾨르는 인간의 자아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내러티브(narrative)를 통해 구성되는 해석학적 주체로 봅니다. 즉,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해석하면서 자아를 형성합니다.

기억은 이 내러티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지 않고, 삶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고 설명하며,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만들어 갑니다.

이러한 해석학적 자아론은 “자기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나는 내 이야기다. 기억이 없으면 자아도 없다.”

4. 망각, 상처, 그리고 윤리


기억의 또 다른 면은 망각과 상처입니다. 고통스러운 과거는 종종 망각되고, 상처는 은폐되거나 왜곡됩니다. 리쾨르는 이런 망각을 “필요한 망각”과 “부정의한 망각”으로 구분합니다.

필요한 망각은 회복과 치유를 위한 시간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반면 부정의한 망각은 책임 회피와 진실 은폐의 수단이 됩니다.

그는 이 지점에서 “기억의 윤리”를 강조합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단지 사실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실 앞에서 윤리적으로 책임지는 일입니다.

5. 용서와 화해의 철학


기억의 윤리는 자연스럽게 용서와 화해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리쾨르는 용서를 감정이 아닌 결단과 언어의 행위로 이해합니다. 용서는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 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서사를 쓰는 행위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용서는 과거의 잘못을 지우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언어로 기억하는 법을 가르친다.”

화해는 기억의 정직함 위에서만 가능하며, 이것이 바로 리쾨르가 말한 기억의 윤리입니다. 침묵도, 왜곡도 아닌, 책임 있는 기억만이 공동체의 회복을 이끕니다.

6. 기억을 통한 공동체의 치유


리쾨르 철학의 사회적 적용은 분명합니다. 그는 기억이 단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역사적·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실마리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홀로코스트, 식민지 지배, 전쟁, 민주화 운동의 아픔 등 한국 사회의 역사에도 리쾨르의 철학은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무엇을 잊으려 하는가?
우리의 서사는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기억은 과거를 책임지는 현재의 윤리적 태도로 확장됩니다.

7. 마무리: 말과 기억 사이의 윤리


폴 리쾨르는 “기억은 언어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법이 아닙니다. 언어는 기억을 표현하고, 해석하고, 공동체에 공유하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기억함으로써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말로, 글로,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인간은 진정 윤리적인 존재가 됩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9편]
“기억의 정치 – 누가 무엇을 기억하게 만드는가”
기억이 권력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정치적 관점에서 조명해봅니다. ‘공식 기억’과 ‘침묵당한 기억’, 기념비와 역사교육의 정치적 성격을 탐색합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Paul Ricœur, La mémoire, l’histoire, l’oubli
Paul Ricœur, Temps et récit
리쾨르, 『기억, 역사, 망각』, 문예출판사
김상봉, 『기억의 정치학』
Jean Greisch, Paul Ricœur: L'itinérance du sens

 

English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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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Summary
“Memory flows, reborn through language – Paul Ricœur’s Hermeneutics and the Ethics of Memory”
Paul Ricœur, a major French philosopher, viewed memory not as a static recording of the past but as a dynamic process of interpretation. Through narratives, we construct our identity and face the ethical responsibility of remembering truthfully. Ricœur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distinguishing between necessary and unjust forgetting, and frames forgiveness as an act of re-writing memory with honesty. His philosophy extends from individual reflection to collective healing, urging communities to remember ethically for genuine reconciliation.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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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관련 문헌을 발췌(AI), 직접 제작, 편집, 이미지는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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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 살아 있는 나, 기억, 시간 이런 단어들이 제 인생에서 종종, 가끔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답이 어렵습니다. 오늘은 그 해답을 찾고자 프랑스 대표적 철학자 "앙리 배르그송"과 함께 그 시간여행을 떠나봅니다.

앙리 베르그송 생전 사색하는 모습 재현(AI)
앙리 베르그송 생전 사색하는 모습 재현(AI)

“의식 속의 시간, 베르그송 철학으로 삶을 다시 읽다”


아래 순서로 베르그송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1. 앙리 베르그송, 누구인가
2. 고정된 시간 vs 살아 있는 시간
3. 기억의 본질 – 단순한 저장이 아닌 '의식의 흐름'
4.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5. 철학과 현대 심리학·뇌과학의 접점
6. 일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
7. 마무리 성찰 – ‘기억’이 곧 ‘삶’이다

1. 앙리 베르그송, 누구인가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중 한 명입니다. 192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철학을 문학과 감성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로, 그의 철학은 20세기 초 유럽 지성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그는 '시간', '의식', '창조적 진화'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고, 철학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흐름의 경험으로 이해했습니다.

2. 고정된 시간 vs 살아 있는 시간


우리는 보통 시간을 ‘시계의 눈금’으로 생각합니다. 초, 분, 시로 나누어진 객관적 단위, 반복 가능한 틀. 하지만 베르그송은 이와 다른 시간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는 "시계의 시간은 죽은 시간이며, 의식 속의 시간만이 살아 있는 진짜 시간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속(durée)’**의 개념입니다.

지속은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과거는 현재 속에 살아 있고, 미래는 이미 감각 속에 싹을 틔우는 것입니다.

3. 기억의 본질 – 단순한 저장이 아닌 '의식의 흐름'


베르그송에 따르면, 기억은 컴퓨터처럼 '입력-저장-출력'되는 데이터가 아닙니다. 기억은 살아 있는 의식의 일부이며, 감정과 감각, 몸의 움직임과 함께 구성됩니다.

그는 기억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 운동 기억(Mémoire-habitude): 반복되는 습관, 자동화된 기억.
순수 기억(Mémoire pure): 감정과 감각이 동반된 생생한 기억.

순수 기억은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의식에 맞춰 재구성됩니다. 즉, 우리의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4.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나는 내 기억의 흐름이다."
베르그송 철학에서 자아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닙니다. 기억의 연속,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고 재해석되는 존재입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를 단지 기억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기억을 지금의 나로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입니다. 이 점에서 그는 프로이트와의 차이를 보입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심층 구조를 강조했다면
베르그송은 의식 속에서 흐르는 기억의 생명성을 강조합니다.

5. 철학과 현대 심리학·뇌과학의 접점


베르그송의 시간 철학은 이후 현대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에델만(Neural Darwinism), 다마지오(몸의 기억) 등의 연구는
뇌가 기억을 창조적으로 재조합하며 정체성과 감정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기억은 ‘정적 저장’이 아니라, 뇌 속에서 계속해서 재구성되는 창의적 과정이며, 이때 우리의 정체성 역시 유동적으로 바뀝니다.
이것은 베르그송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이미 20세기 초에 “기억은 삶과 떨어질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6. 일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


우리는 종종 ‘지나간 일’이라고 기억을 가볍게 여깁니다. 하지만 베르그송의 관점에선, 그 기억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본질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지금의 내 감정에 영향을 주고,
고통스러운 기억은 현재의 선택을 조심스럽게 만들며,
사랑받았던 기억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기억을 치유하는 일은 곧 자아를 재구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회상’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닌 삶의 회복력이 될 수 있습니다.

7. 마무리 성찰 – ‘기억’이 곧 ‘삶’이다


베르그송은 철학을 감각과 통찰의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그의 시간 철학은 단지 ‘철학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과 자아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 대신
‘나는 시간 속에서 흐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온전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늘 지금 이 순간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흐름입니다.
베르그송의 사유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기억이 없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은 곧 존재의 증명이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8편]
“기억은 흐른다,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 폴 리쾨르의 해석학과 기억의 윤리”

기억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해석하고, 서사와 언어로 새롭게 쓰는 작업.
철학자 폴 리쾨르는 ‘기억과 망각’, ‘용서와 화해’를 주제로 기억의 윤리적 차원을 성찰합니다.
다음 편에서, 기억이 인간 공동체를 어떻게 묶는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참고 출처
앙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Gilles Deleuze, 『Bergsonism』
Damasio, A. (1994). 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Paul Ricoeur, Memory, History, Forgetting
한국철학사연구회 강의록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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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단지 소통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규정하는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언어와 세계’의 경계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를 함께 따라가 봅니다.

"비트겐슈타인" 생각하는 모습 재현
"비트겐슈타인" 생각하는 모습 재현

“언어는 세계의 경계다 – 비트겐슈타인과 의미의 철학적 전환”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
1. 말이 곧 세계? – 언어철학이란 무엇인가
2. 초기 비트겐슈타인: 세계는 사실들의 총합이다
3. 후기 비트겐슈타인: 언어게임과 의미의 맥락성
4. 언어가 현실을 만든다 – 철학과 일상에 미친 영향
5. 비트겐슈타인의 유산, 우리가 되새겨야 할 질문
6. 마무리: 삶을 말로 산다는 것의 철학

1. 말이 곧 세계? – 언어철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설명하며, 이해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언어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판단을 내릴지를 결정짓는 틀로 작용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언어를 탐구하는 철학, 언어철학(Philosophy of Language) 은 단순히 '문장의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구조와 현실의 경계를 해부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선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은 언어철학을 두 번이나 뒤흔든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한 학문을 넘어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2. 초기 비트겐슈타인: 세계는 사실들의 총합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작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는 다음의 명제로 유명합니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이 말은 단순하지만 충격적입니다.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뜻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세계는 사실들의 총합이며, 언어는 그 사실들을 그림처럼 묘사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언어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그림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금방 이 입장을 넘어서게 됩니다. 언어는 그보다 훨씬 더 유동적이고, 실제 사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3. 후기 비트겐슈타인: 언어게임과 의미의 맥락성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대표작인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에서 그는 언어의 본질을 완전히 새롭게 조망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언어의 의미는 그것이 사용되는 방식에 있다.”

이른바 ‘언어게임(Language Game)’ 이론입니다. 말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특정한 규칙과 맥락 속에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약속’, ‘명령’, ‘의심’, ‘기도’ 등은 모두 다른 규칙을 가진 언어 사용 방식이며, 우리는 이 게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주고받습니다.

즉, 언어는 고정된 논리 구조가 아니라, 삶의 양식(forms of life) 안에서 움직이는 살아 있는 활동입니다. 따라서 철학의 과제는 언어의 본질을 해석하거나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복잡한 사용 방식들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 봤습니다.

4. 언어가 현실을 만든다 – 철학과 일상에 미친 영향


비트겐슈타인의 이 언어철학은 현대 철학뿐 아니라, 심리학, 인지과학, 문학, 사회학, 교육까지 폭넓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언어가 단지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현실을 구성한다는 통찰은 놀라운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예를 들어, “성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그 단어에는 사회가 기대하는 성공의 모델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어는 세계를 중립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가치, 편견, 질서를 담아내는 틀입니다.

이는 곧 말이 삶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철학적 경고입니다. 그래서 언어에 대한 성찰은 곧 삶을 재정립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5. 비트겐슈타인의 유산, 우리가 되새겨야 할 질문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많은 질문을 남깁니다.
● 우리는 얼마나 언어의 틀 속에서 사고하고 있는가?
어떤 말이 허용되고, 어떤 말이 금기시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가?
침묵은 무엇을 말하는가?
설명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는 철학이 해야 할 일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엉켜 있는 언어의 매듭을 풀어주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즉,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 자체가 잘못 형성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작업입니다.

6. 마무리: 삶을 말로 산다는 것의 철학


말은 곧 삶의 구조입니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현을 쓰며, 어떤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식이 바뀝니다. 언어는 도구이자, 거울이며, 때론 감옥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단순한 언어 분석을 넘어, 우리 삶의 방식까지 성찰하게 만든 철학자입니다. 그의 철학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언어게임 속에 살고 있습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되돌아보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계의 경계선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7편]
“기억은 나를 만든다 – 베르그송과 시간의 철학”
흐르는 시간 속에서 기억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기억을 통해 자아와 삶의 본질을 탐색했습니다. ‘살아 있는 시간’과 의식의 흐름을 다룬 그의 철학을 통해, 우리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 논고』, 『철학적 탐구』
조대호,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철학과현실사, 2018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의록, “언어와 삶의 철학”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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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삶에서 몇 번인가 나의 정체성에 혼란이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왜 나일까? 나는 왜 여기에서 태어나서 여기에 있을까?" 등등, 지금도 저에게 계속 이어지는 숙제입니다. 여기에 저처럼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참고 자료를 모아 정리하여 드립니다.

나는 왜 나일까?
나는 왜 나일까?

“나는 누구인가? – 철학과 뇌과학이 만난 자아정체성의 세계”   

이런식으로 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자아란 무엇인가 – 오래된 질문의 시작
철학 속 자아정체성의 계보
신경과학이 말하는 자아
철학과 과학의 대화 – 정체성은 고정된가, 유동적인가
나의 삶 속 자아 탐색의 의미
6. 자아정체성에 대한 하나님의 시선 –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은 본질

1. 자아란 무엇인가 – 오래된 질문의 시작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인류가 사유를 시작한 이래 가장 근원적인 질문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존재는 몸일까요? 마음일까요? 혹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 허상일까요?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저 사람이 진짜 나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 우리는 자아라는 개념의 기묘한 실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자아정체성이라는 심오한 개념을 철학과 현대 신경과학의 시각에서 살펴보며, 고정된 존재로서의 자아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자아라는 관점을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2. 철학 속 자아정체성의 계보

1) 플라톤과 데카르트 – 이성 중심의 자아
플라톤은 인간의 본질을 ‘이데아’ 세계와 연결된 불변의 ‘영혼’으로 보았고,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통해 자아의 존재를 이성적 사유에 근거지었습니다. 자아는 고정되고 독립된 실체로 이해되었습니다.

2) 흄과 불교 – 자아는 없다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자아를 경험의 연속성 위에 존재하는 "허상"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는 "자아를 찾아도, 감각과 감정의 흐름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죠. 이와 유사하게, 불교 또한 고정된 ‘자아(我)’는 없으며, 오직 연기(緣起) 속에서 관계적으로 구성된 ‘무아(無我)’만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3) 현대 존재론 – 서사적 정체성
현대 철학자 찰스 테일러나 폴 리쾨르는 자아를 ‘이야기(narrative)’로 파악합니다. 인간은 자기 삶을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형성해나간다는 것이죠. 자아는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서사 중인 과정’이라는 관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3. 신경과학이 말하는 자아
자아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이제 뇌과학과 인지과학의 최전선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1) 뇌와 자아 – 특정 부위는 없다
MRI나 fMRI 등의 뇌 영상 기술로 수많은 실험이 이뤄졌지만, ‘자아의 중심’이라 할 만한 특정한 부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뇌의 여러 네트워크 – 특히 전두엽과 기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 –가 협업하며 자아 관련 경험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자아는 신경 활동의 산물인가?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자아는 신경 패턴의 일시적 구성이라고 주장합니다. 매 순간 뇌는 감각정보, 기억, 감정 등을 통합하며 자아 경험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일시적 합’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3) 다중자아 이론
한편, ‘다중자아(self as plural)’ 개념도 떠오릅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관계에 따라, 심지어 감정에 따라 서로 다른 자아를 구성해내며 살아갑니다. 이것은 병적 다중인격이 아니라, 일상 속 유연한 정체성의 표현입니다.

4. 철학과 과학의 대화 – 정체성은 고정된가, 유동적인가
자아가 고정된 실체라는 생각은 시대를 거치며 점점 유동적이고 해석적인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철학은 자아를 존재론적으로, 윤리적으로 해석하고자 했고, 신경과학은 자아를 뇌의 정보 통합 기능으로 파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대립이 아니라 보완 관계에 가깝습니다.

● 철학은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 과학은 '나는 어떻게 경험되는가'를 묻습니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자아는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살면서 계속 써 내려가는 자전적 서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서사에는 기억, 경험, 신념, 몸의 감각, 타인의 시선까지 모두가 영향을 줍니다.

5. 나의 삶 속 자아 탐색의 의미
"나는 왜 나일까?"라는 물음은 단지 철학적 사변이 아닙니다.
그 물음은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 삶의 의미, 미래의 방향성에 깊은 영향을 줍니다.

● 정체성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임을 받아들일 때,
● 우리는 자신을 다시 정의할 자유를 갖게 됩니다.

살면서 우리는 종종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성장의 시작점입니다.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해석해보고, 더 나은 이야기로 다시 써내려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6. 자아정체성에 대한 하나님의 시선 –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은 본질
 
요한복음 8장 14절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나를 위하여 증언하여도 내 증언이 참되니,
나는 내가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 것을 알거니와,
너희는 내가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개역개정)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히 알고 계시며, 세상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함을 선언하신 장면입니다.

이 구절은 오늘 우리가 던지는 질문,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존재론적 탐구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정체성을 세상의 시선이나 인간적 기준에 두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계획과 사명 속에 자신의 ‘존재의 좌표’를 뚜렷이 두셨습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깊은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6편]
“언어는 세계를 만든다 – 비트겐슈타인과 언어철학의 본질”
–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단지 소통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규정하는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편에서 ‘언어와 세계’의 철학을 탐구합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Paul Ricoeur, Oneself as Another
Shaun Gallagher, How the Body Shapes the Mind
뇌과학자 정재승의 강연, KIST 자료 (2024)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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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의 기억은 매번 달라질까 – 심리철학과 뇌과학이 말하는 ‘기억의 역설’"

베르그송과 현대 뇌과학이 말하는 기억의 역설
베르그송과 현대 뇌과학이 말하는 기억의 역설

기억은 과거의 복사본인가? – 베르그송과 뇌과학이 밝힌 기억의 진실


이런 순서로 글을 씁니다.
1. 기억은 ‘시간을 저장’하는가?
2. 베르그송의 지속(durée) 이론
3. 재현 vs 재구성 – 뇌과학이 보는 기억의 본질
4. 심리학이 말하는 기억 왜곡의 메커니즘
5. 기억의 윤리적, 존재론적 의미
6. 마무리 성찰 – 기억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1. 기억은 ‘시간을 저장’하는가?

우리는 종종 과거의 일을 마치 사진첩처럼 떠올립니다. 

첫사랑의 눈빛, 어린 시절 여름 바다의 파도, 할머니의 손길. 그렇다면 이 장면들은 진짜 과거의 복제일까요? 아니면 지금 이 순간 만들어진 허상일까요?

기억은 단순한 저장이 아닌 시간의 해석과 재구성이라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철학과 과학에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철학과, 현대 뇌과학 및 심리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기억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진실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2. 베르그송의 지속(durée) 이론

베르그송은 20세기 초 프랑스 철학계에서 시간과 의식의 본질을 주제로 독창적인 철학을 전개한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 저서 《물질과 기억》(Matière et Mémoire, 1896)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현재와 맞물려 작동하는 의식의 흐름이다."

그가 말한 '지속(durée)'이라는 개념은 물리적 시간(시계 시간)과는 다른, 심리적·질적 시간을 뜻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저장된 '기록'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 속에서 현재와 함께 살아있는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그 음악을 순차적으로 청취하지만, 동시에 곡 전체의 분위기나 감정을 즉각적으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간의 질적 경험이 바로 베르그송이 말하는 '지속'이며, 기억 역시 이 지속 속에서 움직인다고 봅니다.

3. 재현 vs 재구성 – 뇌과학이 보는 기억의 본질

오늘날 뇌과학은 기억이 단순한 '기록의 불러오기(load)'가 아니라 재구성(reconstruction)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과거 사건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조적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뇌과학자 에릭 캔델(Eric Kandel)과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의 연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기억은 감정, 맥락, 기대에 따라 매번 다르게 불러와진다.
● 거짓 기억(false memory)은 놀라울 정도로 흔하며, 뇌는 허구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 기억은 해마(hippocampus)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만, 저장된 기억도 뇌의 다른 부분에서 재조합된다.
이는 곧, 우리가 떠올리는 기억이 '진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맥락에서 재창조된 과거임을 의미합니다.

4. 심리학이 말하는 기억 왜곡의 메커니즘

심리학은 기억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나는 항상 외로웠다'는 기억은 그 당시의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현재의 정서적 상태에 의해 형성된 해석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억 왜곡 유형
● 인출 후 왜곡(post-retrieval distortion):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새로운 정보가 삽입됨
● 감정 기반 회상(emotion-based memory): 당시 감정이 과도하게 강조되어 사실과 다르게 기억됨
● 집단 기억(social memory): 타인의 말이나 문화적 내러티브에 의해 기억이 변형됨
따라서 기억은 개인적 주관성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심리적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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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억의 윤리적, 존재론적 의미

기억이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이 믿는 과거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는 단순한 인지의 문제가 아닌, 자아와 존재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나는 나의 기억이다"라고 믿는다면, 왜곡된 기억은 나의 정체성을 위협하는가?
● 우리가 기억하는 ‘상처’가 사실과 달랐다면, 그 치유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 역사의 기억이 조작될 때, 공동체의 진실은 어떻게 보호될 수 있을까?
이처럼 기억은 윤리적 책임, 정체성, 사회적 진실성과 직결됩니다. 베르그송이 강조했던 '지속' 속의 기억은, 지속적으로 새로이 해석되는 존재로서의 나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6. 마무리 성찰 – 기억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기억은 정적인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매 순간 현재 속에서 새롭게 의미화되는 흐름, 그것이 기억입니다.
우리가 기억을 통해 과거를 본다고 믿지만, 실은 그 기억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을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베르그송의 지속 이론과 현대 뇌과학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기억은 과거의 창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려는 마음의 거울이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5편]
"나는 왜 나일까? – 자아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신경과학의 접점"
개인의 정체성은 고정된 실체일까, 아니면 흐르는 과정일까? 자아를 둘러싼 철학과 과학의 논쟁을 다룹니다.

 

출처
* 베르그송, 《물질과 기억》 (1896)
* Eric Kandel, In Search of Memory (2006)
* Elizabeth Loftus, The Myth of Repressed Memory (1994)
* 정재승, 《열두 발자국》 (2018)
* 김상욱, 《떨림과 울림》 (2018)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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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관련 문헌을 발췌(AI), 직접 제작, 편집, 이미지는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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