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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에 사니?"라는 질문은 단순히 주소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어떤 공간에 어떻게 존재하느냐’라는 더 깊은 철학적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공간과 존재 – 하이데거의 ‘집’ 개념과 거주의 철학
공간과 존재 – 하이데거의 ‘집’ 개념과 거주의 철학

 

철학자 하이데거는 우리 삶의 가장 근본적인 행위 중 하나인 ‘거주(Wohnen)’를 단지 집을 짓고 사는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위치가 아닌, 인간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고 실현하는 ‘방식’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하이데거의 ‘집’과 ‘거주’ 개념을 중심으로, 공간이 우리 존재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탐색해보겠습니다.

 

“사는 공간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이다” – 하이데거가 말한 '거주'의 의미


1. 거주한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


‘거주한다(Wohnen)’는 단어는 단지 살림을 꾸린다는 뜻일까?
하이데거는 이 단어 속에 깊은 존재론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았습니다.

‘존재’(Sein)는 공간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공간 속에 머물고, 그 공간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하이데거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거주함으로써 존재하고, 존재함으로써 거주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단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삶의 태도, 존재 방식, 의미의 실현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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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이데거의 ‘건축·거주·사유’ 강연


하이데거가 1951년에 발표한 강연 「Bauen Wohnen Denken(건축·거주·사유)」는 이 개념을 집대성한 작품입니다.
그는 여기서 세 가지 개념을 연결합니다:

● Bauen(건축): 공간을 만들고 구조를 세우는 행위
Wohnen(거주): 그 안에 ‘존재로서 살아가는 방식’
Denken(사유): 그 의미를 되새기고 되물어보는 철학적 작업

하이데거는 ‘집을 짓는다’는 것과 ‘사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건축은 단지 벽돌을 쌓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존재의 예술이라는 것이죠.

3. 공간은 ‘존재를 드러내는 장’이다


하이데거는 고대 독일어 ‘buan’을 언급하며, 거주의 어원이 ‘존재한다’라는 뜻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즉, 거주는 단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실현하는 방식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위치’가 아닙니다.
그 공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가족과의 식사 공간은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장소가 됩니다.
책상 위의 조명 아래는 사유와 집중의 공간이 됩니다.
차가운 아파트 벽 안에서조차, 우리는 삶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해석합니다.
이처럼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가 펼쳐지는 무대입니다.

4. 집은 인간 존재의 근원


하이데거는 말합니다:

“집은 인간 존재의 안식처이며, 세계를 열어주는 창이다.”

집은 단지 물리적 쉼터가 아닙니다.
그곳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타인과 관계 맺으며, 스스로의 내면을 형성하는 존재의 중심입니다.
공간은 단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있느냐'를 결정하는 토대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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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대 도시와 거주의 상실


오늘날의 도시는 ‘거주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높은 빌딩과 밀집된 주거 공간은 존재의 사유보다 생존의 효율을 우선시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사는 곳’에 대해 묻지 않고 ‘위치’만을 말합니다.
'삶'이 아니라 '거주 조건'만 따지게 됩니다.
집은 나의 존재가 머무는 곳이 아닌, 계약된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이데거는 이것을 ‘비거주적 삶’이라 지칭하며, 인간 존재의 근본이 흔들리는 위기라고 보았습니다.

6. 거주의 회복 – 사는 것이 곧 철학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거주’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하이데거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는 것에 대해 사유하는 것, 그것이 철학의 시작이다.”

거주의 회복은 단지 주택 개조나 인테리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공간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를 성찰하는 철학적 작업입니다.

다음과 같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공간을 ‘존재의 표현’으로 꾸미기
가족 또는 타인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공간 사용
일상 속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주의 사유’ 실천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21편]“예술과 진리 – 하이데거와 예술의 존재론”

우리는 흔히 예술을 감정의 표현이나 창의성의 산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이러한 통념을 넘어서, 예술을 존재의 진리가 드러나는 장(場)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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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무리 성찰 –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당신의 공간은 어떤가요?
단지 머무는 곳인가요, 아니면 삶의 태도와 존재의 방식이 드러나는 곳인가요?

하이데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거주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거처하고 있는가?”

우리는 공간 속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공간을 통해 존재를 실현하는 존재입니다.

삶을 사는 것이 철학이 될 수 있다면,
그 시작은 ‘어떻게 사느냐’에서 시작합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23편] “도시는 왜 인간을 피곤하게 하는가 – 쇼펜하우어의 욕망과 공간의 철학”
→ 도시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욕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시선으로 현대 도시의 피로를 해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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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출처
하이데거, 「건축, 거주, 사유」
김상환, 『존재와 사유』
진은영, 『철학자와의 산책』
서울대학교 철학사전
한국인문학연구소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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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Humanities & Philosophy Series ⑲]

Space and Being – Heidegger's Concept of 'Home' and the Philosophy of Dwelling

 

🪟 Introduction

When someone asks, “Where do you live?” it’s not merely about your address.
That question carries a deeper philosophical meaning—“How do you exist within a space?”

Philosopher Martin Heidegger didn’t see dwelling (Wohnen) as just a matter of housing.
To him, space was not merely a location but a way in which human beings realize their existence.
In this post, we explore Heidegger’s notion of ‘home’ and ‘dwelling’—why the way we live is a legitimate subject of philosophical reflection.

1. The Philosophical Meaning of Dwelling

What does it mean to dwell?

Is it just about having a place to live?
Heidegger believed the word “Wohnen” (to dwell) held deep ontological significance.
To dwell is to exist within a space—and this act of being-in-space is how we express our humanity.

“Man dwells in order to be; he is by dwelling.”

Dwelling is therefore not just a condition but a mode of being—a meaningful and revealing way we exist in the world.

2. Heidegger’s Lecture “Building, Dwelling, Thinking”

In his 1951 lecture “Bauen, Wohnen, Denken” (Building, Dwelling, Thinking), Heidegger links three essential human actions:

  • Building (Bauen) – Creating the structures of space
  • Dwelling (Wohnen) – Living in a way that reveals being
  • Thinking (Denken) – Philosophically reflecting on being

Building is not merely construction; it is the artistic formation of how we choose to live.
Thus, architecture becomes not only functional but existential.

3. Space as the Realm of Existence

Heidegger traces the origin of “dwelling” to the Old High German word buan, which means “to be.”
In this view, to dwell is to be—and vice versa.

Space is not just where we are but how we are.

  • A kitchen is where emotional ties with family grow
  • A desk lamp lights a space of thought and creation
  • A hallway becomes a silent transition from the outer world to the self

In Heidegger’s philosophy, space is a stage where existence plays out—it is relational, not neutral.

4. Home as the Origin of Being

Heidegger states:

“The house is the shelter of Being, and the window through which we open up to the world.”

Home is not just shelter—it’s where we shape our identity, form relationships, and reflect.

It is the center of our existential world, from which we relate to others and ourselves.

Space is not just something we occupy—it shapes how we express our being.

5. Modern Cities and the Loss of Dwelling

Modern urban environments often disconnect us from dwelling in Heidegger’s sense.

  • High-rises and dense neighborhoods reduce space to efficiency and function
  • People talk about property value, not meaning or comfort
  • A home becomes a contractual space, not a living world

Heidegger describes this alienation as the loss of dwelling—a condition where people no longer live in alignment with their being.

6. Reclaiming Dwelling – Living as a Philosophical Act

So how can we reclaim dwelling?

Heidegger proposes that the recovery of dwelling begins with philosophical reflection.

“To reflect on how one lives is to begin thinking.”

To dwell well is not just to decorate—it is to decide how to be.
This involves:

  • Creating meaningful spaces
  • Designing rooms to enhance relationship and mindfulness
  • Living with presence in our spatial world

Dwelling becomes a form of everyday existential practice.

7. Final Reflection – How Do You Live?

What does your space say about you?

Is your home merely where you stay? Or does it reflect how you choose to be?

Heidegger asks:

“Are you truly dwelling—or merely residing?”

We are beings that reveal ourselves through how we inhabit space.
To dwell is to live in tune with meaning, presence, and care.

8. Next Topic Preview

[Deep Humanities & Philosophy Series ⑳]
“Why Does the City Exhaust Us? – Schopenhauer, Desire, and the Philosophy of Urban Space”
→ In the next installment, we will explore how the city affects human emotions and desires through Schopenhauer’s critique of modern urban living.

9. References

  • Heidegger, Building, Dwelling, Thinking
  • Kim, Sang-Hwan, Being and Thought
  • Jin, Eun-Young, Walking with Philosophers
  • Seoul National University Dictionary of Philosophy
  • Korean Institute of Humanities Research

 

#Heidegger #dwellingphilosophy #existentialspace #philosophyofhome #beingandspace #urbanalienation #homeandbeing #philosophicaldwelling #humanexistence #deepthinking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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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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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예술을 감정의 표현이나 창의성의 산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이러한 통념을 넘어서, 예술을 존재의 진리가 드러나는 장(場)으로 보았습니다. 그의 예술론은 단순한 미학적 논의를 넘어, 존재와 진리, 그리고 인간 존재의 방식 자체를 예술을 통해 사유하게 만듭니다. 이 글에서는 하이데거의 예술론을 중심으로, 예술이 어떻게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며, 현대 문화 속에서 어떤 철학적 의미를 가지는지 깊이 있게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하이데거의 생전 습작 모습 재현(AI)
하이데거의 생전 습작 모습 재현(AI)

하이데거 예술론 완전 해설 – 예술은 존재의 진리를 드러낸다


아래 순서로 하이데거 철학에 대해 알어봅니다.
1. 하이데거 철학의 기초 – 존재와 진리
2.『예술 작품의 근원』 개요
3. 예술은 어떻게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가
4. 작품과 세계-지구의 대립
5. 예술의 본질은 표현이 아닌 ‘열림’이다
6. 현대 예술과 하이데거 예술론의 의미
7. 예술과 기술, 그리고 미의 상실
8. 결론 – 예술이 존재와 진리를 말해주는 방식

1. 하이데거 철학의 기초 – 존재와 진리


하이데거의 철학은 한 마디로 “존재의 의미”를 묻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는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근본 문제로 제기하며, 존재가 잊혀진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로 규정합니다.

진리 또한 하이데거에게 단순히 ‘사실을 정확히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열림(Aletheia)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이때 진리는 감추어졌던 것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드러남(개시)의 사건이며, 예술은 바로 이 사건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간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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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술 작품의 근원』 개요


하이데거의 예술론은 그의 저서 『예술 작품의 근원(Der Ursprung des Kunstwerkes)』에서 전개됩니다. 그는 예술 작품이 단순한 ‘사물’이나 ‘기술적 대상’이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진리의 장이라고 말합니다.

이 글에서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예: 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분석하며, 작품이 단순히 구두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통해 그 세계 전체를 열어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술의 존재론적 기능입니다.

3. 예술은 어떻게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가


하이데거에 따르면, 예술은 단지 ‘표현’이나 ‘재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존재 자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 즉 ‘진리의 발생’입니다.

예술 작품은 인간의 감정이나 현실을 묘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감춰져 있던 존재의 본질을 열어젖히는 장면을 제공합니다. 예술은 세계를 '보이게 만드는' 것이며, 이로써 진리가 개시되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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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품과 세계-지구의 대립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 속에서 세계와 지구의 대립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 세계란 인간의 의미망, 해석, 질서를 의미합니다.
지구란 무의식, 자연, 감춰진 것들의 총체입니다.
예술 작품은 이 세계와 지구의 긴장을 작품 내부에 담고 있으며, 이 긴장의 정립이 예술의 본질을 구성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조각 작품은 형태(세계)를 갖추지만, 그 재료인 대리석(지구)은 여전히 저항하고, 감추고, 미완의 세계를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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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예술의 본질은 표현이 아닌 ‘열림’이다


하이데거는 예술의 본질을 '열림(Offenbarung)'이라고 정의합니다. 예술은 세계와 인간의 사이를 열어젖히는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존재의 진리가 나타납니다.

이 열림은 단순히 시각적, 감각적 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존재와 진리의 구조적 맥락에서 발생합니다. 예술가는 이 열림을 이끌어내는 진리의 개시자이며, 관객은 그 개시된 진리 속으로 초대받는 자입니다.

6. 현대 예술과 하이데거 예술론의 의미


현대 예술은 종종 파괴적이며, 기존 미학을 해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이데거의 예술론은 이런 예술을 무의미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의미 체계를 흔들고,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점에서 진리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은 기존 미술의 틀을 깨뜨렸지만, 그것이 미술과 현실의 경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들며, 존재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여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하이데거 예술론과 상통합니다.

7. 예술과 기술, 그리고 미의 상실


하이데거는 현대 기술문명이 존재를 가리우는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기술에 대한 물음』에서, 기술은 존재를 자원(resource)으로 환원시키며, 존재의 진리를 은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반해, 예술은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예술은 기술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를 말하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점에서 예술은 기술 문명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회복시키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8. 결론 – 예술이 존재와 진리를 말해주는 방식


하이데거에게 있어 예술은 단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사건이며, 인간 존재가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고, 말로 설명되지 않던 감각과 세계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습니다. 하이데거의 예술론은 현대 예술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우리가 예술 앞에서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묻고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22편]
“공간과 존재 – 하이데거의 ‘집’ 개념과 거주의 철학”
→ 다음 편에서는 하이데거가 말한 ‘거주하다(Wohnen)’의 개념을 통해, 인간이 공간 안에서 존재를 어떻게 실현하고, 왜 '사는 방식'이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는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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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및 출처
Martin Heidegger, 『예술 작품의 근원』
Martin Heidegger, 『기술에 대한 물음』
이정우, 『하이데거 존재론의 이해』
김용석,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료집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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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and Truth – Heidegger and the Ontology of Art

"Art is the happening of truth"

Introduction

We often regard art as a means of expressing emotion or creativity. However, the German philosopher Martin Heidegger saw art not merely as an expression but as a site where truth reveals itself. His theory of art goes beyond traditional aesthetics and leads us into a deep understanding of Being and the unfolding of truth through artistic creation. This article explores Heidegger’s philosophy of art, how it reveals the truth of Being, and what meaning it holds in modern culture.

Table of Contents

  1. Foundations of Heidegger’s Thought – Being and Truth
  2. Overview of The Origin of the Work of Art
  3. How Art Reveals the Truth of Being
  4. Conflict Between World and Earth
  5. The Essence of Art is Disclosure, Not Expression
  6. Heidegger’s Theory of Art and Its Relevance Today
  7. Art vs. Technology – The Loss of Beauty
  8. Conclusion – Art as a Pathway to Being and Truth
  9. Next Preview
  10. References

1. Foundations of Heidegger’s Thought – Being and Truth

Heidegger's philosophy begins with a fundamental question: “What is the meaning of Being?” In Being and Time, he criticizes how modernity has forgotten Being itself. Instead of focusing on entities, he wants us to ask about the deeper ground that allows them to be.

For Heidegger, truth is not correspondence, but aletheia—the unconcealment of Being. This concept of truth is crucial to his understanding of art: truth is not a static fact but an event where the world is revealed.

2. Overview of The Origin of the Work of Art

In The Origin of the Work of Art, Heidegger explores what makes a work of art truly “art.” Using Van Gogh’s painting of worn-out shoes as an example, he argues that it doesn’t just depict shoes. Instead, it discloses the world of the peasant who wears them—their life, toil, and environment.

Thus, art is not representation but revelation—a happening of truth.

3. How Art Reveals the Truth of Being

Art is not simply a reflection of reality or a means of personal expression. According to Heidegger, art brings into the open that which is usually hidden—it lets truth happen.

A great artwork doesn’t merely illustrate something. It brings an entire world into presence. It is in this way that art contributes to truth as aletheia, the process of unconcealment.

4. Conflict Between World and Earth

Heidegger introduces two symbolic terms:

  • World: the cultural, historical, and meaningful context we live in.
  • Earth: the raw, material, unarticulated background of existence.

Artworks arise from the conflict between world and earth. A sculpture, for example, takes shape from stone (earth), yet expresses human ideals (world). This tension, not harmony, is the dynamic that lets truth emerge.

5. The Essence of Art is Disclosure, Not Expression

The essence of art lies in disclosure (Offenbarung). Unlike the idea of art as self-expression, Heidegger sees the artist as someone who lets truth emerge—not as a creator but as a mediator.

Art invites the viewer into this process. The viewer is not passive but participates in the unconcealment of truth. Thus, art is ontological—it concerns our very being.

6. Heidegger’s Theory of Art and Its Relevance Today

In modern times, art often shocks or subverts norms. But this, too, can be part of the process of unconcealment.

For instance, Marcel Duchamp’s Fountain—a urinal exhibited as art—forces us to reexamine what art is. Though disruptive, it makes the unseen seen, thus fulfilling Heidegger’s criteria for a true work of art.

7. Art vs. Technology – The Loss of Beauty

In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Heidegger warns that modern technology treats the world as a resource to be used. It obscures Being by reducing everything to utility.

Art, in contrast, opens Being. While technology enframes (Ge-stell), art unframes. Art is one of the few remaining paths through which authentic being can still be accessed in a technological age.

8. Conclusion – Art as a Pathway to Being and Truth

For Heidegger, art is not about beauty, skill, or decoration. It is a truth event—a moment when the hidden becomes visible and Being is illuminated.

Through art, we participate in the unfolding of truth. In a world overwhelmed by function and efficiency, art reminds us of what it means to dwell poetically—to live as beings who care about truth, not just use.

 

 

#Heidegger, #Ontology, #PhilosophyOfArt, #TruthAndArt, #ModernArt, #Unconcealment, #Existentialism, #BeingAndTruth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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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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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말 그대로 ‘기술이 세계를 구성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손 안의 우주가 되고, 인공지능이 생각과 선택을 대신하는 지금, 우리는 과연 ‘인간다움’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하이데거는 이미 20세기 중반에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통찰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점점 인간의 사고와 삶을 대체할 때, 인간은 더 깊은 존재로 향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자기 자신을 망각한 채 존재를 잃어갈까요?

하이데거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하이데거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기술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 하이데거 철학으로 본 AI 시대의 존재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
1.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 – ‘게슈텔’의 의미
2. 기술은 도구인가,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인가?
3.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존재하는가
4. 존재 망각의 위험 – 기술이 인간을 사라지게 한다
5. 기술 너머의 사유 –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하여
6. 맺음말 – 기술의 시대, 철학이 필요한 이유


1.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 – ‘게슈텔’의 의미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기술은 인간의 존재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무엇”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54년 발표한 에세이 「기술에 대한 물음」(Die Frage nach der Technik)에서 기술을 단순한 도구적 수단으로 보는 전통적 시각을 넘어서, 기술은 세계를 드러내는 하나의 ‘형태(게슈텔, Gestell)’라고 말합니다.

‘게슈텔’은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라, 세계가 인간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즉, 기술은 존재를 ‘드러내는 틀’이자 동시에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는 프레임인 셈입니다. 하이데거는 기술이 모든 것을 자원(resource)으로 보게 만드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강은 수력발전소의 도구로, 인간은 노동력이나 데이터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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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술은 도구인가,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인가?


많은 사람들은 기술을 단순히 편리한 도구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기술이 인간의 인식방식 자체를 바꾸는 메타도구라고 보았습니다. 예컨대, 드론은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능하게 하고, AI는 문제 해결 방식 그 자체를 대체합니다.

하이데거의 핵심 주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존재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기술을 통해 세계를 ‘계산 가능하고 효율적인 것’으로만 인식하게 되면, 세계와 인간은 존재로서가 아니라 자원으로만 인식되는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3.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존재하는가


오늘날의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의사결정, 감정, 창조성마저 흉내 내고 대체하려고 합니다. AI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AI 시인은 시를 씁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AI가 할 수 있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이데거는 인간을 ‘존재를 사유하는 유일한 존재’로 보았습니다. 인간은 단지 기능하거나 살아가는 생물체가 아니라, ‘존재를 물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인공지능은 아무리 뛰어나도 ‘존재를 사유’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시 규정해야 하는 문턱에 서 있습니다.

4. 존재 망각의 위험 – 기술이 인간을 사라지게 한다


하이데거가 경고한 가장 큰 위협은 ‘존재의 망각’입니다. 기술에 의해 인간은 자신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묻지 않게 되고,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잃게 됩니다.

AI는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글을 쓸지를 예측하고 추천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선택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사유의 주체에서 물러납니다. 하이데거는 이를 “존재의 은폐”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잊고, 세상도 잊고, 존재 전체가 사라지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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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술 너머의 사유 –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하여


하이데거는 기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는 “기술의 본질을 사유하라”고 요구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것은 우리 존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본질을 인식하고,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면 새로운 자유와 존재의 방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단순히 감정을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인간은 질문하는 존재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오직 인간만이 던질 수 있습니다.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16] 언어는 세계를 만든다 – 비트겐슈타인과 언어철학의 본질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단지 소통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규정하는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언어와 세계’의 경계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를 함께 따라가 봅니다. “언어는 세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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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맺음말 – 기술의 시대, 철학이 필요한 이유


오늘날의 기술사회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까지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철학은 다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하이데거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되, 그 본질을 사유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인간성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질 수 있습니다.

결국 기술은 인간의 도구이기 이전에,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이 질문하고 더 깊이 사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언제나 ‘나는 누구인가’로 돌아갑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21편]
“예술과 진리 – 하이데거와 예술의 존재론”
→ 다음 편에서는 하이데거의 예술론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방식임을 살펴봅니다. 예술의 본질과 현대 문화 속에서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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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하이데거, 「기술에 대한 물음」, 1954
Martin Heidegger,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강영안, 『하이데거와 현대 철학』, 책세상
전병석, 「기술, 존재, 그리고 인간」, 인문학연구 제47호
MIT Technology Review, 2024년 기사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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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and Being – Heidegger and Humanity in the Age of AI

We live in a time when technology no longer merely assists life—it defines it. In an era where artificial intelligence can write poems, make decisions, and even emulate empathy, one fundamental question arises: What does it mean to be human?

Martin Heidegger argued that technology is not just a tool but a way in which the world reveals itself to us. In his essay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Heidegger introduced the term Gestell, a framework through which reality is disclosed. This framework shapes how we perceive and relate to the world—and even to ourselves.

In today's AI-driven society, human decisions are often delegated to machines. Algorithms recommend what we watch, read, or even whom we date. This passive mode of existence distances us from what Heidegger called the authentic questioning of being. AI may simulate thinking, but it cannot wonder, reflect, or question the essence of existence.

Heidegger warned of a danger: the forgetting of Being. When technology renders everything into data and resource, humans risk losing sight of their true nature—not as users or consumers, but as beings capable of asking, “Why is there something rather than nothing?”

To preserve humanity in the age of AI, we must engage in deep philosophical reflection. We must not fear technology, but rather understand it—recognizing its power to conceal as well as reveal. Only then can we reclaim our agency, not through control, but through awareness.

As we move forward, the task is not to reject technology, but to reconnect with the essence of being. In this endeavor, philosophy is not an abstraction, but a lifeline.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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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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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한 것들을 기억하지만, 정작 어떤 기억은 의도적으로 반복되고, 또 어떤 기억은 침묵 속에 묻히기도 합니다. 최근 한 기념비 앞에서 잠시 멈춰선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새겨진 이름과 문장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기억은 누가 선택한 것일까?” 이 글은 그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기억하게 만드는가
누가 무엇을 기억하게 만드는가

“누가 우리의 기억을 통제하는가 – 권력과 역사, 기억의 숨은 정치”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
1. 서론: 기억은 중립이 아니다
2. 기억과 권력의 접점 – 왜 누군가는 잊히고 누군가는 기념되는가
3. ‘공식 기억’이라는 이름의 서사
4. 침묵당한 기억들 – 사라진 목소리의 정치학
5. 기념비와 교과서 – 기억의 물리적 구현
6. 기억의 정치에 맞서는 저항의 언어
7. 결론: 기억은 권력과 싸우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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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기억은 중립이 아니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기억하라", "잊지 말자"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누가 기억하라고 말하고, 무엇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지, 그 정치적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 기억은 언제나 선택과 배제를 통해 작동하며, 그것은 곧 권력의 문제다. 이 글에서는 기억이 어떻게 정치화되는지를, 역사와 현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기억과 권력의 접점 – 왜 누군가는 잊히고 누군가는 기념되는가


모든 집단과 국가는 자신만의 역사서사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기억은 권력과 결탁한다. 예를 들어 한 나라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강조한다면, 이는 국가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다. 반면, 독재정권이나 민중항쟁의 희생자들은 때때로 의도적으로 '잊혀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이 거리와 공원에 남고, 누군가는 그 존재조차 지워진다. 이것은 단순한 역사적 우연이 아니라, 기억을 설계하고 결정하는 권력의 작동 결과다.

3. ‘공식 기억’이라는 이름의 서사


‘공식 기억’(official memory)은 국가나 제도, 교육체계, 언론 등을 통해 구성되는 공인된 기억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이해관계와 세계관이 반영된 내러티브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국가들이 전쟁을 기념하는 방식은 패배보다는 영광과 승리를 강조한다. 전사한 이들의 이름은 새겨지지만, 민간인 희생자나 반전운동가의 기억은 쉽게 지워진다. 그 기억은 부적절하거나 불편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공식 기억은 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주입되며, 새로운 세대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 기억은 권력의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지 ③]경북 봉화 – 청암정과 만산고택, 유학과 독립운동이 숨 쉬는 마

경북 봉화는 저에게 특별한 곳입니다. 매월 한 번씩 봉화군청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있어 추억이 많이 깃든 여행지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자료를 발췌하여 알려드립니다. "봉화 청암정과 만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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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침묵당한 기억들 – 사라진 목소리의 정치학


공식 기억의 이면에는 수많은 침묵당한 기억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국가나 사회의 주류 기억 서사에서 배제되었거나, 의도적으로 억눌려온 기억들이다.

예를 들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침묵 속에 존재해 왔다. 사회적 금기, 정치적 외면, 국제적 무관심이 이 기억들을 지워왔다. 비슷하게 한국 현대사 속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도 오랫동안 ‘폭도’라는 낙인을 쓰며 왜곡된 기억 속에 머물렀다.

침묵당한 기억은 단순한 망각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체계적인 억압과 서사의 통제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다. 이 기억들은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 속에서 다시 등장하고, 때때로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힘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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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념비와 교과서 – 기억의 물리적 구현


기억은 단지 마음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의 거리 이름, 동상, 기념비, 박물관, 교과서와 같은 물리적 형태로 구현된다. 이런 구체적 형상들은 권력이 기억을 어떻게 재현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준다.

기념비는 무엇을 기념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통해 과거의 책임을 현재화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반면 어떤 국가들은 자신들의 전쟁 범죄에 대한 기념 공간을 철저히 회피한다.

역사 교과서는 또 다른 전쟁터다. 특정 사건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지,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는 미래 세대의 정체성에 깊은 영향을 준다. ‘침략’과 ‘진출’, ‘시민운동’과 ‘폭동’은 기억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6. 기억의 정치에 맞서는 저항의 언어


공식 기억과 억압된 기억의 균열 사이에는 항상 저항이 존재한다. 그 저항은 예술, 문학, 다큐멘터리, 연극, 시민 운동, 거리 시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의 ‘기억투쟁’ 중 대표적인 예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민사회 반응이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는 기억의 정치에 대한 강한 저항의 메시지였다.

기억의 정치에 저항하는 이들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통해 현재의 정의를 묻고, 미래의 방향을 새로 쓰고자 한다. 기억은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살아있는 힘이 될 수 있다.

7. 결론: 기억은 권력과 싸우는 방식이다


기억의 정치는 단순히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정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누가 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누가 주체로 인정받는가’, ‘어떤 이야기가 사회적 진실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정의를 세우고, 잊힘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의 정치적 성격을 분명히 인식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침묵당한 기억을 꺼내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20편]
“기술과 존재 – 하이데거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다음 글에서는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을 바탕으로,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철학적으로 탐색합니다. 기술이 인간의 존재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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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폴 코넬리오, 『기억의 정치학』
알레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들』
피에르 노라, 『기억장소(Lieux de mémoire)』
알렉시세임, “Official Memory and the Politics of Commemoration”, Memory Studies
한국기억문화연구소 아카이브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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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Humanities and Philosophy, Vol. 19]
The Politics of Memory – Who Decides What We Remember?

 

Recently, I stood silently before a monument, reading the engraved names and inscriptions. A question quietly rose in my mind: "Who chose to remember these people? And who was left out?" This article began from that simple, unsettling thought.

Memory is not neutral. It is not a pure reflection of the past, but a battlefield shaped by power and politics. What we remember — and perhaps more importantly, what we are made to forget — is deeply influenced by those who hold cultural, political, or institutional authority.

 

Memory Meets Power

In every society, memory is curated. Heroes are selected, histories are narrated, and specific pasts are honored while others are obscured. This process isn't accidental — it is often deliberate, strategic, and political.

Those whose names are inscribed on city squares, taught in schoolbooks, or praised in national holidays are not always the most just or deserving. They are, more often, the ones aligned with the dominant powers of their time.

The Narrative of Official Memory

"Official memory" refers to the authorized, institutionalized recollections of the past. Governments, education systems, museums, and media create dominant historical narratives. These memories become the foundation of national identity — glorifying victory, masking atrocities, or simplifying complexity.

The challenge is that these memories often suppress discomfort. Civilian casualties, dissenting voices, or systemic injustices are buried or sanitized. Over time, younger generations grow up believing in a filtered history, mistaking it for truth.

The Silenced Voices

Beneath the surface of official narratives lie stories untold — memories that were intentionally excluded or violently suppressed.

Take, for example, the long-silenced accounts of "comfort women" during World War II. Or the years of distortion surrounding the Gwangju Uprising in South Korea, where victims were labeled as rioters and truth was denied for decades.

Silenced memory is not accidental forgetfulness; it's political erasure. But when these memories resurface — through testimony, art, activism — they shake the foundations of complacency and demand justice.

Monuments and Textbooks: The Architecture of Memory

Memory doesn’t only live in our minds. It lives in physical spaces — street names, statues, schoolbooks, and public ceremonies.

A statue erected in a town square might commemorate a war hero, but whose perspective does that hero represent? A textbook might label a rebellion as a "riot," but what if it was a cry for democracy?

Memory is built, brick by brick, into the visible world around us. And those structures are often hard to question precisely because they seem permanent and legitimate.

Resisting the Politics of Forgetting

But memory can resist. Through protest art, literature, community vigils, or viral hashtags — people have always found ways to speak what was silenced.

In Korea, the aftermath of the Sewol ferry tragedy sparked a nationwide call to "Never Forget." Yellow ribbons, memorial walls, and collective mourning became forms of resistance — not just to grief, but to official neglect.

When people claim memory as their own, they challenge the state’s monopoly over history. They transform remembering into an act of justice.

Memory as a Weapon for Justice

The politics of memory is not just about the past. It’s about power in the present and justice for the future.

Who gets remembered determines who counts. Who is forgotten determines who continues to suffer in silence.

If we wish to build a more just and honest society, we must start by listening — especially to the stories that were never allowed to be told. Memory, when reclaimed, becomes a form of defiance. It is how the powerless speak back.

Next Issue Preview

[Deep Humanities and Philosophy, Vol. 20]
“Technology and Being – Heidegger and Human Dignity in the Age of AI”
In the next article, we will explore Martin Heidegger’s philosophy of technology and examine how artificial intelligence is reshaping the way we understand human nature and dignity in the digital age.

Sources

  • Paul Connerton, How Societies Remember
  • Aleida Assmann, Cultural Memory and Western Civilization
  • Pierre Nora, Realms of Memory
  • Alexis Seymour, "Memory, Power, and the Monument" – Memory Studies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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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언제나 간편하면서도 만족감을 주는 최고의 국민 음식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라면도 '달걀 반숙' 하나만 얹었을 뿐인데, 그 라면이 ‘작품’으로 변합니다. 노른자가 촉촉하게 흐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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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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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윤리, 폴 리쾨르가 말하는 해석학과 인간 존재의 회복”

폴 리쾨르 생전의 모습을 가상으로 재현(AI)
폴 리쾨르 생전의 모습을 가상으로 재현(AI)

“망각을 넘어 기억을 해석하다 – 폴 리쾨르 철학의 깊이”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
1. 폴 리쾨르란 누구인가?
2. 기억은 단순 저장이 아니다
3. 해석학적 자아와 기억의 서사
4. 망각, 상처, 그리고 윤리
5. 용서와 화해의 철학
6. 기억을 통한 공동체의 치유
7. 마무리: 말과 기억 사이의 윤리

1. 폴 리쾨르란 누구인가?


폴 리쾨르(Paul Ricœur, 1913–2005)는 프랑스 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해석학과 현상학, 실존주의, 구조주의를 종합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전개했습니다. 그는 철학의 언어적 전환기에 있었던 대표적인 학자였으며, 기억과 망각, 시간과 서사, 자아와 공동체라는 주제를 통합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리쾨르의 철학은 독특하게도 언어와 윤리를 가로지릅니다. 특히 그의 후기 철학에서 핵심은 “기억의 윤리”입니다. 그는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은 곧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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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억은 단순 저장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카메라처럼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으로 오해되곤 합니다. 그러나 리쾨르는 기억을 능동적인 ‘해석’의 과정으로 봅니다. 그는 기억이 과거의 사실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기억, 역사, 망각》(La mémoire, l’histoire, l’oubli)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억은 어떤 사건의 객관적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과 시간, 윤리의 지평에서 다시 살아나는 서사다.”

리쾨르의 기억론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 기억은 항상 현재적이다.
모든 기억은 해석을 수반한다.
기억은 주체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3. 해석학적 자아와 기억의 서사


리쾨르는 인간의 자아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내러티브(narrative)를 통해 구성되는 해석학적 주체로 봅니다. 즉,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해석하면서 자아를 형성합니다.

기억은 이 내러티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지 않고, 삶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고 설명하며,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만들어 갑니다.

이러한 해석학적 자아론은 “자기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나는 내 이야기다. 기억이 없으면 자아도 없다.”

4. 망각, 상처, 그리고 윤리


기억의 또 다른 면은 망각과 상처입니다. 고통스러운 과거는 종종 망각되고, 상처는 은폐되거나 왜곡됩니다. 리쾨르는 이런 망각을 “필요한 망각”과 “부정의한 망각”으로 구분합니다.

필요한 망각은 회복과 치유를 위한 시간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반면 부정의한 망각은 책임 회피와 진실 은폐의 수단이 됩니다.

그는 이 지점에서 “기억의 윤리”를 강조합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단지 사실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실 앞에서 윤리적으로 책임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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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용서와 화해의 철학


기억의 윤리는 자연스럽게 용서와 화해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리쾨르는 용서를 감정이 아닌 결단과 언어의 행위로 이해합니다. 용서는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 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서사를 쓰는 행위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용서는 과거의 잘못을 지우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언어로 기억하는 법을 가르친다.”

화해는 기억의 정직함 위에서만 가능하며, 이것이 바로 리쾨르가 말한 기억의 윤리입니다. 침묵도, 왜곡도 아닌, 책임 있는 기억만이 공동체의 회복을 이끕니다.

6. 기억을 통한 공동체의 치유


리쾨르 철학의 사회적 적용은 분명합니다. 그는 기억이 단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역사적·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실마리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홀로코스트, 식민지 지배, 전쟁, 민주화 운동의 아픔 등 한국 사회의 역사에도 리쾨르의 철학은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무엇을 잊으려 하는가?
우리의 서사는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기억은 과거를 책임지는 현재의 윤리적 태도로 확장됩니다.

7. 마무리: 말과 기억 사이의 윤리


폴 리쾨르는 “기억은 언어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법이 아닙니다. 언어는 기억을 표현하고, 해석하고, 공동체에 공유하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기억함으로써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말로, 글로,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인간은 진정 윤리적인 존재가 됩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9편]
“기억의 정치 – 누가 무엇을 기억하게 만드는가”
기억이 권력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정치적 관점에서 조명해봅니다. ‘공식 기억’과 ‘침묵당한 기억’, 기념비와 역사교육의 정치적 성격을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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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출처
Paul Ricœur, La mémoire, l’histoire, l’oubli
Paul Ricœur, Temps et récit
리쾨르, 『기억, 역사, 망각』, 문예출판사
김상봉, 『기억의 정치학』
Jean Greisch, Paul Ricœur: L'itinérance du sens

 

English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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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Summary
“Memory flows, reborn through language – Paul Ricœur’s Hermeneutics and the Ethics of Memory”
Paul Ricœur, a major French philosopher, viewed memory not as a static recording of the past but as a dynamic process of interpretation. Through narratives, we construct our identity and face the ethical responsibility of remembering truthfully. Ricœur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distinguishing between necessary and unjust forgetting, and frames forgiveness as an act of re-writing memory with honesty. His philosophy extends from individual reflection to collective healing, urging communities to remember ethically for genuine reconciliation.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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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 살아 있는 나, 기억, 시간 이런 단어들이 제 인생에서 종종, 가끔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답이 어렵습니다. 오늘은 그 해답을 찾고자 프랑스 대표적 철학자 "앙리 배르그송"과 함께 그 시간여행을 떠나봅니다.

앙리 베르그송 생전 사색하는 모습 재현(AI)
앙리 베르그송 생전 사색하는 모습 재현(AI)

“의식 속의 시간, 베르그송 철학으로 삶을 다시 읽다”


아래 순서로 베르그송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1. 앙리 베르그송, 누구인가
2. 고정된 시간 vs 살아 있는 시간
3. 기억의 본질 – 단순한 저장이 아닌 '의식의 흐름'
4.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5. 철학과 현대 심리학·뇌과학의 접점
6. 일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
7. 마무리 성찰 – ‘기억’이 곧 ‘삶’이다

1. 앙리 베르그송, 누구인가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중 한 명입니다. 192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철학을 문학과 감성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로, 그의 철학은 20세기 초 유럽 지성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그는 '시간', '의식', '창조적 진화'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고, 철학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흐름의 경험으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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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정된 시간 vs 살아 있는 시간


우리는 보통 시간을 ‘시계의 눈금’으로 생각합니다. 초, 분, 시로 나누어진 객관적 단위, 반복 가능한 틀. 하지만 베르그송은 이와 다른 시간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는 "시계의 시간은 죽은 시간이며, 의식 속의 시간만이 살아 있는 진짜 시간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속(durée)’**의 개념입니다.

지속은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과거는 현재 속에 살아 있고, 미래는 이미 감각 속에 싹을 틔우는 것입니다.

3. 기억의 본질 – 단순한 저장이 아닌 '의식의 흐름'


베르그송에 따르면, 기억은 컴퓨터처럼 '입력-저장-출력'되는 데이터가 아닙니다. 기억은 살아 있는 의식의 일부이며, 감정과 감각, 몸의 움직임과 함께 구성됩니다.

그는 기억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 운동 기억(Mémoire-habitude): 반복되는 습관, 자동화된 기억.
순수 기억(Mémoire pure): 감정과 감각이 동반된 생생한 기억.

순수 기억은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의식에 맞춰 재구성됩니다. 즉, 우리의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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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나는 내 기억의 흐름이다."
베르그송 철학에서 자아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닙니다. 기억의 연속,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고 재해석되는 존재입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를 단지 기억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기억을 지금의 나로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입니다. 이 점에서 그는 프로이트와의 차이를 보입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심층 구조를 강조했다면
베르그송은 의식 속에서 흐르는 기억의 생명성을 강조합니다.

5. 철학과 현대 심리학·뇌과학의 접점


베르그송의 시간 철학은 이후 현대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에델만(Neural Darwinism), 다마지오(몸의 기억) 등의 연구는
뇌가 기억을 창조적으로 재조합하며 정체성과 감정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기억은 ‘정적 저장’이 아니라, 뇌 속에서 계속해서 재구성되는 창의적 과정이며, 이때 우리의 정체성 역시 유동적으로 바뀝니다.
이것은 베르그송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이미 20세기 초에 “기억은 삶과 떨어질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6. 일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


우리는 종종 ‘지나간 일’이라고 기억을 가볍게 여깁니다. 하지만 베르그송의 관점에선, 그 기억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본질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지금의 내 감정에 영향을 주고,
고통스러운 기억은 현재의 선택을 조심스럽게 만들며,
사랑받았던 기억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기억을 치유하는 일은 곧 자아를 재구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회상’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닌 삶의 회복력이 될 수 있습니다.

7. 마무리 성찰 – ‘기억’이 곧 ‘삶’이다


베르그송은 철학을 감각과 통찰의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그의 시간 철학은 단지 ‘철학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과 자아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 대신
‘나는 시간 속에서 흐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온전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늘 지금 이 순간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흐름입니다.
베르그송의 사유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기억이 없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은 곧 존재의 증명이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8편]
“기억은 흐른다,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 폴 리쾨르의 해석학과 기억의 윤리”

기억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해석하고, 서사와 언어로 새롭게 쓰는 작업.
철학자 폴 리쾨르는 ‘기억과 망각’, ‘용서와 화해’를 주제로 기억의 윤리적 차원을 성찰합니다.
다음 편에서, 기억이 인간 공동체를 어떻게 묶는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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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앙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Gilles Deleuze, 『Bergsonism』
Damasio, A. (1994). 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Paul Ricoeur, Memory, History, Forgetting
한국철학사연구회 강의록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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