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 살아 있는 나, 기억, 시간 이런 단어들이 제 인생에서 종종, 가끔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답이 어렵습니다. 오늘은 그 해답을 찾고자 프랑스 대표적 철학자 "앙리 배르그송"과 함께 그 시간여행을 떠나봅니다.
“의식 속의 시간, 베르그송 철학으로 삶을 다시 읽다”
아래 순서로 베르그송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1. 앙리 베르그송, 누구인가
2. 고정된 시간 vs 살아 있는 시간
3. 기억의 본질 – 단순한 저장이 아닌 '의식의 흐름'
4.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5. 철학과 현대 심리학·뇌과학의 접점
6. 일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
7. 마무리 성찰 – ‘기억’이 곧 ‘삶’이다
1. 앙리 베르그송, 누구인가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중 한 명입니다. 192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철학을 문학과 감성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로, 그의 철학은 20세기 초 유럽 지성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그는 '시간', '의식', '창조적 진화'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고, 철학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흐름의 경험으로 이해했습니다.
2. 고정된 시간 vs 살아 있는 시간
우리는 보통 시간을 ‘시계의 눈금’으로 생각합니다. 초, 분, 시로 나누어진 객관적 단위, 반복 가능한 틀. 하지만 베르그송은 이와 다른 시간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는 "시계의 시간은 죽은 시간이며, 의식 속의 시간만이 살아 있는 진짜 시간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속(durée)’**의 개념입니다.
지속은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과거는 현재 속에 살아 있고, 미래는 이미 감각 속에 싹을 틔우는 것입니다.
3. 기억의 본질 – 단순한 저장이 아닌 '의식의 흐름'
베르그송에 따르면, 기억은 컴퓨터처럼 '입력-저장-출력'되는 데이터가 아닙니다. 기억은 살아 있는 의식의 일부이며, 감정과 감각, 몸의 움직임과 함께 구성됩니다.
그는 기억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 운동 기억(Mémoire-habitude): 반복되는 습관, 자동화된 기억.
● 순수 기억(Mémoire pure): 감정과 감각이 동반된 생생한 기억.
순수 기억은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의식에 맞춰 재구성됩니다. 즉, 우리의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4.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나는 내 기억의 흐름이다."
베르그송 철학에서 자아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닙니다. 기억의 연속,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고 재해석되는 존재입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를 단지 기억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기억을 지금의 나로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입니다. 이 점에서 그는 프로이트와의 차이를 보입니다.
●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심층 구조를 강조했다면
● 베르그송은 의식 속에서 흐르는 기억의 생명성을 강조합니다.
5. 철학과 현대 심리학·뇌과학의 접점
베르그송의 시간 철학은 이후 현대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 에델만(Neural Darwinism), 다마지오(몸의 기억) 등의 연구는
뇌가 기억을 창조적으로 재조합하며 정체성과 감정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기억은 ‘정적 저장’이 아니라, 뇌 속에서 계속해서 재구성되는 창의적 과정이며, 이때 우리의 정체성 역시 유동적으로 바뀝니다.
이것은 베르그송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이미 20세기 초에 “기억은 삶과 떨어질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6. 일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
우리는 종종 ‘지나간 일’이라고 기억을 가볍게 여깁니다. 하지만 베르그송의 관점에선, 그 기억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본질입니다.
● 어린 시절의 추억은 지금의 내 감정에 영향을 주고,
● 고통스러운 기억은 현재의 선택을 조심스럽게 만들며,
● 사랑받았던 기억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기억을 치유하는 일은 곧 자아를 재구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회상’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닌 삶의 회복력이 될 수 있습니다.
7. 마무리 성찰 – ‘기억’이 곧 ‘삶’이다
베르그송은 철학을 감각과 통찰의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그의 시간 철학은 단지 ‘철학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과 자아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 대신
‘나는 시간 속에서 흐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온전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늘 지금 이 순간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흐름입니다.
베르그송의 사유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기억이 없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은 곧 존재의 증명이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18편]
“기억은 흐른다,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 폴 리쾨르의 해석학과 기억의 윤리”
기억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해석하고, 서사와 언어로 새롭게 쓰는 작업.
철학자 폴 리쾨르는 ‘기억과 망각’, ‘용서와 화해’를 주제로 기억의 윤리적 차원을 성찰합니다.
다음 편에서, 기억이 인간 공동체를 어떻게 묶는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참고 출처
앙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Gilles Deleuze, 『Bergsonism』
Damasio, A. (1994). 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Paul Ricoeur, Memory, History, Forgetting
한국철학사연구회 강의록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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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관련 문헌을 발췌(AI), 직접 제작, 편집, 이미지는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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