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가끔은 세상이 말하지 않는 감정을 건드릴 때 가장 깊이 다가옵니다. 오늘의 문학 산책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어떤 유명한 작품보다도 더 조용한 파동을 남기는 세 편의 글을 골랐습니다. 시 한 편, 수필 하나, 그리고 짧은 소설 한 편.
눈으로 읽기보다 마음으로 걷는 산책이 되시길 바랍니다.
시: ‘풀잎’ - 김광규
풀잎 하나에도 인생이 있다
바람이 불면 함께 눕고
비가 오면 조용히 젖는다
햇살이 들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며 일어난다
그러나
풀잎이 자라는 곳엔
어김없이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다
김광규 시인은 일상의 조용한 풍경에서 인생의 묵직한 의미를 길어올리는 시인입니다. '풀잎'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그 제목처럼 소박하지만 놀라운 은유를 품고 있습니다. 한 줄 한 줄이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며, 바람과 비, 햇살이라는 자연의 요소를 통해 인간의 굴곡진 감정을 투영합니다.
특히 마지막 연, “풀잎이 자라는 곳엔 어김없이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다”는 구절은 평온했던 모든 문장을 단숨에 뒤집으며, 생의 바탕에 깔린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 위에 자라는 희망을 암시합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다음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풀잎 하나를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도 저 풀잎처럼 웃으며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수필: ‘내 생애 가장 슬펐던 하루’ - 황지우
황지우라는 이름은 시인으로 더 익숙하지만, 그는 수필에서도 뛰어난 내면 탐색자로 빛납니다. 이 글은 고등학생 시절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마주한 날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하루에 찾아온 비극. 그것이 어린 황지우에게 남긴 감정은 단순히 슬픔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처음 마주한 충격이었습니다.
장례식장 앞에서 울지 못한 자신이 낯설고, 모두가 조용히 슬픔을 삼키는 공간이 무섭게 느껴졌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그의 혼란스러운 감정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됩니다. 감정을 포장하거나 꾸미지 않고, 그때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글이기 때문에 더욱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그는 말합니다.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을 더 조심스럽게 사랑하게 되었다.”
이 수필은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얼마나 쉽게 당연시하는지, 그리고 그 당연함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죠. 한 편의 시보다 더 시적인 수필, 조용히 마음을 누르는 글입니다.
소설: ‘흐르지 않는 강’ - 정한아
정한아는 국내 문단에서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단편소설 ‘흐르지 않는 강’은 제목부터 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강은 흐르는 것이 당연한데, ‘흐르지 않는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 강에 어떤 비극적 정체성이 있는지를 자연스레 상상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한때 유망했던 연주자였지만, 사고 이후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며 삶의 모든 리듬을 잃습니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 마을, 오래된 다리 근처에서 그는 시간의 흐름을 잃은 듯한 나날을 보냅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공간. 그러나 그 고요 속에서도 작은 변화는 일어납니다.
그 변화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강물 옆에서 길을 잃은 아이를 만난다든지, 오래된 기차 소리를 듣는다든지 하는 아주 사소한 사건들입니다. 하지만 독자는 점점 깨닫게 됩니다.
멈춘 줄 알았던 삶도,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을.
이 작품은 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에서 더 진실합니다. 현실은 그렇게 극적이지 않기에,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서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아무리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 안의 강은 언젠가 다시 흐를 수 있다는 믿음. 이 조용한 메시지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오늘의 문학 산책을 마치며
시, 수필, 소설. 세 가지 장르, 세 가지 감정. 그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이들 모두 ‘삶은 유약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시 요즘 조금 지쳐 있다면, 이 세 편의 글이 조용한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조용한 문학이 삶을 구할 때가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가장 조용한 강이, 가장 깊게 흐르기도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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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학 산책 "조용한 문학이 당신의 하루를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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