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시: 김남조 "낭비 없는 사랑"
우리는 자주 ‘사랑’이라는 단어를 쉽게 말하면서도, 그 무게를 온전히 지닌 적이 얼마나 될까 자문해 봅니다. 김남조 시인의 「낭비 없는 사랑」은 그에 대한 절절한 물음이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감내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시입니다.
이 시는 첫 행부터 독자의 가슴을 툭, 치는 듯한 진솔함으로 시작합니다. 시인은 “사랑을 낭비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지쳐본 적은 있다”는 고백을 통해 그 사랑이 얼마나 성실하고 깊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살면서 쉽게 지나쳐온 사람들과의 관계, 무심코 흘려보낸 감정들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마지막 연은 특히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깁니다. "그를 사랑한 기억을 남기고 돌아온다"는 구절은, 우리가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흔적을 남기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이 시는 사랑이란, 누군가를 만나고 떠나고, 아파하고 돌아서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조용히 쌓여가는 ‘기억의 퇴적’임을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 오늘의 수필: 이해인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이해인 수녀는 우리 시대의 가장 따뜻한 문장을 건네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수필 「사랑할 땐 별이 되고」는 일상 속에서의 작은 배려와 사랑의 순간들이 어떻게 별처럼 반짝이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사랑할 땐 말보다 눈빛으로, 행동으로, 침묵으로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배려할 때, 나 자신이 별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 수필은 말로만 사랑을 말하는 시대에, 진심은 오히려 ‘침묵’과 ‘행동’으로 더 깊이 전해진다는 진리를 조용히 일깨웁니다. 이해인 수녀는 “고요한 기도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가장 순결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그녀의 문장 중 “다른 사람을 향한 내 기도가 그 사람의 마음에 가 닿을 때, 나는 가장 아름다운 별이 된다”는 부분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수필을 통해, 우리는 사랑이란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주는 것’임을 배웁니다.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별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랑, 그것이 오늘 우리가 되새겨야 할 마음 아닐까요.
◆ 오늘의 소설: 김유정 「동백꽃」
김유정의 단편 소설 「동백꽃」은 사랑의 시작, 혹은 서툰 표현이 얼마나 풋풋하고, 동시에 얼마나 애틋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소설은 소년의 시선으로 전개되며, 짓궂고 직선적인 듯하지만 속마음은 여리고 순수한 감정의 흐름이 독자의 웃음을 자아내고, 동시에 가슴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나는 그 애가 나를 좋아하는 줄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가 싫어하는 줄 아는 척하면서 속으로 좋아하는 줄도 알고 있었다.”
소년의 ‘척하는 말투’ 속엔 서툰 사랑의 정서가 녹아 있습니다. 마주 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시절, 마음을 감추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상대를 놀리곤 했던 그 시절의 사랑. 「동백꽃」은 바로 그 시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골 아이들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본성을 아주 유쾌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낸 문학적 명작입니다. 특히 요즘 시대의 직설적인 관계와는 다른, ‘우회적 표현의 정서’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작품은 탁월한 교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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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해방의 선구자, 문학과 예술로 세상에 던진 외침"“눈물의 페미니스트, 나혜석이 우리에게 남긴 것” 이런 순서로 글을 씁니다.1. 시대를 거스른 삶: 나혜석은 누구인가 2. 문학 속의 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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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문학을 통해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오늘 소개한 세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김남조 시인은 사랑을 살아낸 흔적으로, 이해인 수녀는 사랑의 기도를 별빛처럼 말합니다. 그리고 김유정은 사랑이 말보다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음을, 순수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지금 우리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마음, 눈빛은 어떤 의미일까요? 혹시 사랑을 너무 쉽게 말하고 있지는 않나요? 또는 너무 늦게, 혹은 너무 적게 전하고 있지는 않나요?
문학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지금 당신의 사랑은, 낭비가 아닌가요?”
다음회 예고 – 마음을 울리는 시·수필·소설 추천 ②
● 시: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수필: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 소설: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출처
김남조, 『김남조 시전집』, 민음사
이해인,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샘터사
김유정, 「동백꽃」, 『김유정 전집』, 문학과지성사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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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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