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우연히 마주친 문장에서, 오래 전 책갈피에 꽂아두었던 문학 작품 속에서… 우리는 문득 마음이 울리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그런 순간을 함께 나누기 위해 시, 수필, 단편소설 한 편씩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봅니다. 이 글이 당신의 오늘에 잔잔한 울림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 시(詩): 정호승 –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울었다.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
정호승 시인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적 위로의 시인입니다.
그의 시는 고요하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의 밀도는 매우 높습니다. 「수선화에게」는 단순한 문장이지만, 읽는 순간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부드럽게 다가와 맴도는 울림이 있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첫 문장에서 이미 독자는 마음을 붙잡힙니다.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은 종종 부끄러운 감정처럼 다뤄지지만, 정호승은 그것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끌어올립니다.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며, 그리워하게 되는 존재임을 인정하죠.
시인은 이어서 삶의 비를 견디는 법을 말합니다.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이 문장은 단순한 체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용의 언어이며, 고통과 상처까지도 껴안는 용기의 시학입니다.
마지막 연에서 등장하는 도요새는 마치 독자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집니다.
‘너를 보고 울었다’는 말은 너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연대의 표현입니다.
이 시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저 공감이 아닌 조용한 연대감과 치유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열림원
◆ 수필: 이해인 – 「작은 기쁨으로 사는 법」 中
큰 행복을 기다리며
작은 기쁨을 흘려보내지 마세요.
햇살 좋은 날, 따뜻한 차 한 잔,
“괜찮아”라는 한 마디도
충분히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해설과 감상
이해인 수녀의 수필은 기도처럼 낮고 단단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녀의 문장은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삶을 꿰뚫는 통찰과 따뜻한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 수필의 핵심은 바로 ‘작은 기쁨’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거창하고 확실한 행복을 꿈꾸며 살게 되었습니다.
연봉이 오르고, 승진하고, 여행을 떠나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느끼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죠.
하지만 이해인 수녀는 말합니다.
“햇살 좋은 날, 따뜻한 차 한 잔”도 충분하다고.
이것은 단순한 낭만이 아닙니다.
그녀가 말하는 ‘작은 기쁨’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의 본질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작은 순간들을 잊지 않을 때,
삶의 큰 고통조차도 견딜 수 있게 됩니다.
이 수필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소중한 마음의 기술을 가르쳐줍니다.
하루에 한 번, 거울 속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는 연습.
그것은 자기 연민이 아닌 자기 돌봄,
스스로의 인간됨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 됩니다.
출처: 이해인, 『작은 기쁨으로 사는 법』, 샘터사
◆ 소설: 윤흥길 – 「완장」
줄거리 요약:
평범한 인물이 '어장 감시원'이라는 직책을 맡으며 완장(權力의 상징)을 차게 됩니다.
그는 처음엔 그 역할에 충실하려 하지만, 점차 권력의 달콤함과 우월감에 빠져
타인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듭니다. 결국 그는 인간적인 존엄을 잃고, 스스로도 파괴되어 가는 길로 들어섭니다.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
윤흥길의 「완장」은 단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조와 인간 본성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완장은 단순한 띠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남들보다 위에 있다’는 착각의 시작점이며,
인간 내면의 권력 욕망과 타락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은유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처음엔 선량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완장을 차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의심하고,
불필요한 감시와 지시를 일삼으며,
마침내 타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 소설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러한 변화가 ‘악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지위, 역할, 권력의 완장을 찼을 때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권력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자각하고, 견제하며, 겸손히 쥘 것인가입니다.
윤흥길은 이 짧은 소설을 통해
사회적 권력이 개인을 어떻게 변질시키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하며,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웁니다.
출처: 윤흥길, 「완장」, 『완장 외』, 문학과지성사
마무리 – 문학이 전해주는 조용한 진실
문학은 때로 말보다 더 깊은 말을 건넵니다.
시가 우리에게 감정의 결을 다듬어주고,
수필은 마음에 따뜻한 물을 끼얹어주며,
소설은 우리 내면 깊은 곳의 진실을 끄집어냅니다.
오늘 살펴본 작품들 –
정호승의 위로, 이해인의 소박한 기쁨, 윤흥길의 날카로운 성찰 –
이 모두는 우리 삶이 결코 거창한 사건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삶은 작지만 단단한 감정의 편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은 그 편린들을 존중하고, 보듬고, 기억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언어입니다.
혹시 지금, 마음속 어딘가에서 울림이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문학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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