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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문학 작품은 대개 조용히, 그러나 깊이 울림을 줍니다. 오늘 소개할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삶'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며, 우리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섬세한 감정을 건드립니다. 이 시, 수필, 소설은 때론 한 송이 꽃으로, 때론 수녀의 고백으로, 때론 시골 소년의 수줍은 연심으로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지금부터 그 감동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 봅시다.

1. 시(詩): 김춘수 「꽃」 – 존재를 부르는 ‘이름’의 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꽃
김춘수 꽃


김춘수의 시 「꽃」은 한국 현대시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단아하면서도 철학적인 이 시는 "이름"이라는 존재의 기표(記標)를 통해 인간 관계, 존재론, 사랑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이름’이라는 언어의 행위를 통해 ‘존재’가 구체화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꽃’이라고 불러주는 순간, 그는 단순한 사물이 아닌 관계적 존재가 되는 것이죠. 이는 마치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주는 행위가 상대방을 진정한 존재로 만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 시는 단순히 ‘사랑의 시작’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사람, 스쳐 갔던 순간들을 ‘이름 붙이는 행위’를 통해 되살리고, 그것이 곧 ‘사랑’이고 ‘기억’임을 알려주는 울림이 있는 시입니다.

감상 포인트
김춘수의 「꽃」은 언어가 존재를 결정짓는 철학적 사유에서 출발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존재를 ‘특별한 의미’로 부여하는 행위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관계를,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2. 수필(隨筆): 이해인 「작은 기쁨이 내게 말한다」 – 고요한 위로의 목소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에 보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수녀 시인이자 수필가인 이해인의 수필 「작은 기쁨이 내게 말한다」는, 삶의 소란한 리듬 속에서 자칫 잃기 쉬운 ‘작은 기쁨’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조용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한 순간들을 이야기합니다. 아침 햇살이 창을 비추는 모습, 누군가가 건넨 짧은 안부 인사, 바람결에 실려온 꽃향기 같은 소소한 일상이 그녀에게는 깊은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자주 큰 성공과 거창한 사건만을 행복이라 여기지만, 진정한 기쁨은 작고 사소한 순간에서 피어남을 작가는 담담하게 전합니다.

이해인의 글은 ‘고요한 위로’입니다. 그녀는 삶이 힘들고 지치는 이들에게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는 친구처럼 다가옵니다. 이 수필을 읽고 나면 문득 오늘 하루 내가 놓친 ‘작은 기쁨’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감상 포인트
이해인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깊습니다. 감정의 과잉 없이도 진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녀의 시선이 삶을 향해 한없이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작고 사소한 기쁨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이 수필은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3. 소설(小說): 김유정 「동백꽃」 –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풋사랑의 풍경

겹동백(겹꽃 동백) 또는 분홍동백
겹동백(겹꽃 동백) 또는 분홍동백


“암만해도 저 계집애는 나를 조롱하고 업신여기고 있는 게야.”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은 1930년대 농촌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풋풋한 연심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소년은 이웃집 계집아이 '점순이'의 행동을 '업신여김'으로 해석하면서도, 사실은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한 채 계속 투덜대는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소설은 김유정 특유의 경쾌한 구어체 문장과 살아 있는 방언, 생생한 농촌 풍경이 어우러져 독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동백꽃’이라는 소재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계절감과 정서를 전달하는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동백꽃』의 진짜 매력은, 그 풋사랑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오해와 밀당’이라는 일상적 감정의 실타래를 너무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고 괜히 투정부리며 삐지는 소년의 모습은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자아냅니다.

감상 포인트
김유정의 「동백꽃」은 시대적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서툰 사랑’의 정서를 따뜻하게 담고 있습니다. 웃음 짓게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지는 이 이야기는, 사랑이란 결국 ‘솔직함’과 ‘용기’임을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문학이 주는 위로와 성찰

세 작품 모두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 김춘수의 「꽃」은 관계 속에서 존재가 드러나는 기적을 이야기하고,
● 이해인의 수필은 일상의 작은 기쁨을 알아보는 시선을 되살려주며,
● 김유정의 「동백꽃」은 서툰 감정 속에서도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을 그려냅니다.

문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용한 거울’입니다. 내 마음을 비추고, 삶의 방향을 묻고,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도구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문득 숨을 고르고 싶은 날, 이 세 편의 작품을 꺼내 읽는다면 가슴이 한결 따뜻해질 것입니다.
 
다음 편 예고
마음을 울리는 시·수필·소설 추천 ④
시: 윤동주 「자화상」
수필: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소설: 오정희 「유년의 뜰」
내면을 응시하는 성찰, 살아 있는 감동, 잊지 못할 문학적 울림을 주제로 이어갑니다.
다음 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출처
김춘수, 「꽃」, 『김춘수 시전집』, 민음사
이해인, 「작은 기쁨이 내게 말한다」, 『작은 기쁨이 내게 말한다』, 샘터사
김유정, 「동백꽃」, 『김유정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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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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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우연히 마주친 문장에서, 오래 전 책갈피에 꽂아두었던 문학 작품 속에서… 우리는 문득 마음이 울리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정호승 시인님의 이미지를 AI로 복원
정호승 시인님의 이미지를 AI로 복원

오늘은 그런 순간을 함께 나누기 위해 시, 수필, 단편소설 한 편씩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봅니다. 이 글이 당신의 오늘에 잔잔한 울림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시(詩): 정호승 –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울었다.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
정호승 시인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적 위로의 시인입니다.
그의 시는 고요하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의 밀도는 매우 높습니다. 「수선화에게」는 단순한 문장이지만, 읽는 순간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부드럽게 다가와 맴도는 울림이 있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첫 문장에서 이미 독자는 마음을 붙잡힙니다.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은 종종 부끄러운 감정처럼 다뤄지지만, 정호승은 그것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끌어올립니다.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며, 그리워하게 되는 존재임을 인정하죠.

시인은 이어서 삶의 비를 견디는 법을 말합니다.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이 문장은 단순한 체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용의 언어이며, 고통과 상처까지도 껴안는 용기의 시학입니다.

마지막 연에서 등장하는 도요새는 마치 독자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집니다.
‘너를 보고 울었다’는 말은 너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연대의 표현입니다.
이 시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저 공감이 아닌 조용한 연대감과 치유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수필: 이해인 – 「작은 기쁨으로 사는 법」 中

큰 행복을 기다리며
작은 기쁨을 흘려보내지 마세요.
햇살 좋은 날, 따뜻한 차 한 잔,
“괜찮아”라는 한 마디도
충분히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해설과 감상
이해인 수녀의 수필은 기도처럼 낮고 단단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녀의 문장은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삶을 꿰뚫는 통찰과 따뜻한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 수필의 핵심은 바로 ‘작은 기쁨’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거창하고 확실한 행복을 꿈꾸며 살게 되었습니다.
연봉이 오르고, 승진하고, 여행을 떠나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느끼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죠.
하지만 이해인 수녀는 말합니다.

“햇살 좋은 날, 따뜻한 차 한 잔”도 충분하다고.

이것은 단순한 낭만이 아닙니다.
그녀가 말하는 ‘작은 기쁨’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의 본질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작은 순간들을 잊지 않을 때,
삶의 큰 고통조차도 견딜 수 있게 됩니다.

이 수필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소중한 마음의 기술을 가르쳐줍니다.
하루에 한 번, 거울 속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는 연습.
그것은 자기 연민이 아닌 자기 돌봄,
스스로의 인간됨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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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윤흥길 – 「완장」

● 줄거리 요약:
평범한 인물이 '어장 감시원'이라는 직책을 맡으며 완장(權力의 상징)을 차게 됩니다.
그는 처음엔 그 역할에 충실하려 하지만, 점차 권력의 달콤함과 우월감에 빠져
타인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듭니다. 결국 그는 인간적인 존엄을 잃고, 스스로도 파괴되어 가는 길로 들어섭니다.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
윤흥길의 「완장」은 단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조와 인간 본성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완장은 단순한 띠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남들보다 위에 있다’는 착각의 시작점이며,
인간 내면의 권력 욕망과 타락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은유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처음엔 선량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완장을 차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의심하고,
불필요한 감시와 지시를 일삼으며,
마침내 타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 소설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러한 변화가 ‘악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지위, 역할, 권력의 완장을 찼을 때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 권력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자각하고, 견제하며, 겸손히 쥘 것인가입니다.

윤흥길은 이 짧은 소설을 통해
사회적 권력이 개인을 어떻게 변질시키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하며,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웁니다.

마무리 – 문학이 전해주는 조용한 진실

문학은 때로 말보다 더 깊은 말을 건넵니다.
시가 우리에게 감정의 결을 다듬어주고,
수필은 마음에 따뜻한 물을 끼얹어주며,
소설은 우리 내면 깊은 곳의 진실을 끄집어냅니다.

오늘 살펴본 작품들 –
정호승의 위로, 이해인의 소박한 기쁨, 윤흥길의 날카로운 성찰 –
이 모두는 우리 삶이 결코 거창한 사건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삶은 작지만 단단한 감정의 편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은 그 편린들을 존중하고, 보듬고, 기억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언어입니다.

혹시 지금, 마음속 어딘가에서 울림이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문학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열림원
– 이해인, 『작은 기쁨으로 사는 법』, 샘터사
– 윤흥길, 『완장 외』, 문학과지성사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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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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